[김승혜 기자]"그날 저녁은 축제로 시작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망자 59명이 발생한 가운데 이들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총기사건 피해자들을 추도하는 기사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일요일 저녁 라스베이거스의 컨트리음악 가수 공연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일과 스트레스에 찌들었던 평범한 사람들로 추정된다. CNBC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이 희생자들의 친척과 동료들에게서 확인한 면면도 그러했다.

요가와 야외활동을 즐겨하던 희생자 샌디 캐시(35·여)는 약혼한지 5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예비 신부였다. 캐시와 약혼남 크리스토퍼 윌림즈(32)는 이달 말 결혼식장을 알아보고 둘러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은 교사로, 맨하탄비치중학교에서 7년간 동료로 지내면서 3년 간 연애 끝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부부였다.

윌림즈는 "공연을 관람하던 중 갑자기 총소리가 울렸다. 순간 땅바닥에 주저앉은 캐시가 '총에 맞은것 같다'며 '다리에 감각이 없다'고 말했다"며 사고 당시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캐시의 출혈을 막기 위해 손으로 상처를 막고 총격을 피해 현장 밖으로 빠져 나왔다.

그러나 캐시는 등 아랫쪽 총상으로 끝내 숨지고 말았다. 그녀가 윌림즈의 말에 더 이상 답하지 않자 윌림즈는 "사랑한다" "정말 멋진 사람이었다"고 그녀에게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윌림즈는 "우선 캐시를 그녀의 부모님이 계시는 버몬트로 옮긴 뒤 그 곳에서 생전 바램대로 화장을 할 예정"이라면서 "화장하고 난 뒤 유골 일부를 간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5세의 알래스카 연어잡이 노동자였던 아드리안 멀핏에게 10월 2일은 모처럼 받은 휴가였다. 그의 여동생에 따르면 멀핏은 여름 내내 하루 16시간씩 일하다가 어린시절 친구 두 명과 함께 컨트리음악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가 변을 당했다. 증언에 따르면 이번 휴가는 그에게 "성공적인 어업 시즌을 축하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기회"였다.

29세의 응급실 간호사 소니 멜튼은 그의 부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가 참사를 당했다. 총성이 울리자 곧바로 아내에게 '달려라'고 하며 손을 잡고 도망치다가 등 뒤에 총알을 맞은 것이다. 이들 부부는 이날 결혼 1주년 기념 여행 중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였던 크리스토퍼 로이발(29)은 어머니와 함께 공연을 보러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그의 어머니 데비 앨런은 총성이 울리는 것을 듣자마자 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지만 곧 저지당했고, 총격이 끝난 뒤에야 아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번 총격에서 사망한 리사 로메로-무니즈는 지난해 챙기지 못했던 결혼기념일을 올해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돼 있었다. 그의 남편인 크리스 로메로-무니즈는 정유소에서 일했고 희생자인 리사는 뉴멕시코에 있는 갤럽시에서 고등학교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부부는 6시간 동안 차를 운전해 라스베이거스로 와서 나흘간의 휴가를 즐기던 중이었다. 그녀가 일하던 고등학교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그녀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90%를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희생자 론다 르로크(42·여)는 6살 난 딸 알리야와 남편 제이슨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WP는 르로크의 고모 글로리아 멀독의 말을 인용해 "그녀가 루트 91 하베스트 페스티벌에 참여할지 고민하다 마지막에 가기로 결정했다"면서 "이제 우리 가족은 모두에게 전부였던 그녀를 잃은 슬픔에 흐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총기 난사로 사망한 23살의 기계공 조던 맥킬둔은 외동아들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C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던이 월요일 아침에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 살고 있던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가 참사를 맞았다. 캘리포니아 주의 맨해튼비치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샌디 케이시(35)는 학교에서 교사들과 단체로 공연장을 찾았다가 홀로 봉변을 당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참사인 이번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외에도 미국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16차례의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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