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정치인에게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어서인가

사건의 발단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추석 연휴 이틀째인 지난 1일 '국민생명지킴이 소방관'을 주제로 용산소방서를 찾아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연휴에도 근무 중인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다.

이후 SNS에는 '안 대표는 소방관 증원에 반대하면서 왜 연휴에 소방서를 찾아 소방관들을 힘들게 하느냐'는 취지의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소방관과 경찰관 인력 증원과 근무환경 개선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지난 7월 추경에서 국민의당이 소방관 충원에 반대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네티즌들은 “명절 격려 인사가서 풀 복장시켜 사진찍기 놀이 보기만 해도 짜증 난다”는 댓글에 이어 “대통령 놀이 그만 좀 하세요.지지율 5% 정당 대표가 무슨 대표성이 있다고 돌아다니며 민폐 끼치십니까? 소방관 증원 반대해놓고 자기 이미지 메이킹하는 데는 써먹고 진짜 피곤한 캐릭터”라는 비난성 댓글이 주류를 이뤘다.

한 누리꾼은 “대통령놀이를 중단해주세요. 대통령 선거는 이미 5월에 끝났다”며 “편히 쉬어야 할 군인과 소방공무원들 그만 좀 괴롭혀라”고 비판했다. 이어 “낮은 자세로 조용히, 추석 반납한 안철수의 민심 행보란 제목의 언론 보도, 정말 기레기 염병하네”라며 안철수 대표의 민생 행보에 대해 민폐 성 대통령 놀이라며 맹비난했다.

다른 누리꾼은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 찾아가 줄 세워 놓고 사진 찍고, 장비 깔아 그림 잘 나오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건 너무 잔인한 짓”이라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휴일에 (소방관들이) 소방서가서 의전 챙기고, 브리핑보고 대통령 놀이하는 것 보니까 정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고 아픈 게 맞다는 확신이 든다”는 비난성 댓글을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용산소방서를 방문하면서 사전에 사진 촬영에 필요한 장비 도열을 요청한 것은 물론 언론사 기사 마감을 이유로 일정을 변경, 소방서 도착 직후 사진 촬영부터 요구한 데 대해 용산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이 직접 안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다.

‘용산소방서 소방관님의 간재비 방문후기’란 제목으로 퍼지고 있는 글을 올린 해당 소방관은 당일 근무 중이라 안 대표와 악수도 했다면서 “소방관들 모두 ‘안철수가 여길 왜 와?’,  ‘소방관 증원은 화재가 자주 안 나서 안된다더니? 자기가 뭔데 소방서에 오지?’,  ‘정말 싫다’ 이런 분위기 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해당 소방관은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안철수 대표가 정말 가식적이었다”면서 “오기 전부터 이것저것 준비시켜 그림 잘 나오도록 장비깔아라 도열해라 요구도 많더니, 당일엔 기사 마감 시간이 있다고 일정을 변경해서 사진부터 찍자네요. 사진 찍으러 온다고 느껴졌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기자랑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며 “쭉 (소방관들과) 악수하다가 갑자기 제 손을 잡고 멈췄다”면서 “포토타임인가하고 인상 팍 쓰고 있었더니 좀 웃으라고 해 정말 사진 찍으러 온 것을 확신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소방관은 “그 후 장비들 깔아놓고 사진 많이 찍었는데, (안 대표가)장비 들고 혼자 정지했다”면서 “옆에 장비에 대해 설명하는 구조대장 말은 듣지도 않고서 뻘쭘해 하는 상황이었다”며 소방관 근무환경개선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은 채 언론사 사진 촬영이 방문 목적이었다고 꼬집었다.

해당 소방관은 이어 안 대표가 자신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장비를 풀로 찬 소방관에 대해 옆으로 얼굴을 보이게 서봐라 등 요구가 많았고, 마지막 일정인 소방서장한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 역시 소방대원 두 명 발언 후 “다 됐죠?”라며 종료해 사실상 이 역시 사진 찍으러 온 게 명확한 목적임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 소방관은 이런 내용을 많이 올려서 “앞으로 바쁜데 사진 찍으러 좀 안왔으면 좋겠다”며 글을 맺었다.

이 SNS 글과 관련해 우일식 국민의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 디지털소통위원회에 신고접수됐다. 팩트 확인 후 법적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 위원장은 "지롤발광 생각해 보시고 총구상대 제대로 겨누어 주삼"이라는 답글을 올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게 됐다.

지난 3일 오전까지 디지털소통위원회에 접수된 관련 신고 건수는 6건이라고 한다. 용산소방서 소방관 글이 사실인지, SNS 글들에 악의적 왜곡은 없는지 등을 살펴봐달라는 신고들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법적 대응 운운한 사실을 알려지자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제정신이냐”면서 “누구를 위한 민생 행보냐”는 또 다른 비난 글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우 위원장은 4일 재차 트위터 글을 올려 "소방관님들의 처우개선 논의와 별도로 전개되는 부분과 문(대통령)지지자들의 공세방향의 아쉬움을 말한 것인데 과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드리고 시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에 앞서 "문 대통령도 이미 다녀가셨고 당 대표가 추석명절날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로하고 처우개선 등을 위해 방문한 사실과 소방서의 의전 관행으로 장비와 함께 포토타임을 한 것을 한 소방관의 글과 함께 악플의 도구로 삼는 것은 정상적인 논의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적기도 했다.

한편 우 위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한 소방관이 연휴기간 안 대표의 의전활동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며 "이 소방관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7일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소방 인력 및 업무 현황을 보고받고 소방관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러헌 가운대 여야 정당 대표들이 민생행보라는 취지로 군부대와 재래시장, 소방서 등 공공기관을 방문해포토뉴스를 양산하는 이른 바 정책적 대안이나 개선책을 위한 알맹이는 전혀 없이 오로지 홍보용 ‘사진기사 만드는 정치행보’ 행태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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