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기간인 5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 대구동부소방서 구급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신소희 기자] "연휴엔 더욱 긴장하고 사고가 확산되는 걸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춘천소방서는 더욱 긴장감이 맴돌았다. 연휴기간 춘천소방서에는 30여명의 소방관들은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근무를 서고 있다. 늦은 점심을 마친 오후 2시30분 사무실에는 오토바이 사고 상황을 전파하는 무전소리가 흘러 나왔다. 잠시 뒤에는 주택화재사고를 알리는 무전이 연달아 방송됐고, 소방대원들은 긴급히 뛰쳐나갔다.

올해로 3년차인 춘천소방서 유현나(27·여) 구급대원은 지난해부터 추석 연휴를 소방서에서 보내고 있다.

고향이 남양주인 유 대원은 "이번 연휴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간근무를 서야하기 때문에 고향에 가기 쉽지 않다"며 "야간에 시간이 난다해도 언제 무슨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 마음으로 대기한다"고 말했다. 27년차 베테랑 고진호 춘천소방서 화재진압팀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 팀장은 "추석 연휴가 소방관들에게는 더욱 긴장되는 시기"라며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늘어나면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소방관들이 느슨한 마음을 가진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들이 큰 사고로 확대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 추석 명절도 가족들과 간단히 밥을 먹는 것으로 대신해야 한다"며 "그래도 우리가 있어 시민들이 마음 편히 추석을 보낼 수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그리고 추석이 지난 5일 오전, 대구 동부소방서에서 만난 최영재(31) 구급대원은 추석연휴 계획이 있냐고 질문하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면서 "연휴가 길어질수록 우리 한숨은 깊어집니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어 최 대원은 "소방관 가운데 80%는 연휴 없이 계속 일한다고 보면 된다"며 "말 그대로 연휴를 잊은 상황으로 모두 시민 안전을 위해 근무하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최 대원은 지난 1월1일 임용한 '새내기 소방관'이다. 지난 설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3조 2교대로 근무한다. 최 대원은 "추석에는 평소 대비 30%가량 출동이 많지만 구내식당이 문을 닫아 컵라면이나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고 말했다.

▲ 근무 중인 소방관들
119구조대에 근무 중인 소방관들은 명절이나 평일이나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이다.

이은기(55) 구조대장은 "젊었을 때는 친구들도 못 만나고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지 못해 서운한 마음도 들지만 지금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근무에 집중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구급대는 평소보다 더욱 바쁘게 움직인다. 과식과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환자나 성묘를 갔다가 다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권영칠(39) 소방교는 "아무래도 명절이라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고도 많다"고 했다.

수성소방서 범물119안전센터 김양근(50) 소방위는 추석 명절을 잊은지 오래다.

김 소방위는 "27년간 근무를 하며 항상 명절이면 첫 명철 때 출동했던 큰 화재가 생각이 난다"며 "잠시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무사히 연휴기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 구조·구급대가 출동한 횟수는 총 1992건으로 전년 추석 연휴 대비 41% (1412건) 증가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도 많은 만큼 내심 안타까워하고 있을 소방관도 있을 것"이라며 "혹시나 이들을 마주하면 짧은 응원 한 마디라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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