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더럭분교의 독서하는 소녀상
[심일보 대기자]또 다시 한국이 노벨문학상에 대해 ‘짝사랑’으로 그친 5일 오후8시,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속보를 내보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이날 신속하게 호외를 만들어 거리에서 배포하기도 했고 NHK와 교도통신은 이시구로 작가의 수상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작가와 일본의 인연, 과거 인터뷰, 시민들의 반응 등을 전했다.

노벨문학상은 국가의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문화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에 따르면 10세 이상 국민의 평일 기준 독서 시간은 6분이다.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은 10명 중에 1명도 안 되며 3명 중 1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 2.3시간, 스마트폰 사용 시간 1.6시간에 비교하면 '책을 잘 안 본다'는 말이 정답이다.

미국의 문학 평론가 마이틸리 라오가 지난해 1월 <뉴요커>에 실은 글을 인용했다. “한국 작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에 고은 시인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작 고은의 시는 한국에서 많이 읽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라오의 지적대로 한국인은 책을 읽지 않기로 유명하다. 길거리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걸어가면서도 좀처럼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10여년 전만 해도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거나 잡지를 읽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적어도 무가지(無價紙)라도 읽고, 비좁은 공간을 비집고 다니며 읽고 난 신문을 수거해 가는 노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풍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노벨문학상은 국가의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문화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의 문화적 저력과 탄탄한 바탕이 없이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

감동욱 문학평론가는 책을 읽지 않고 지나치게 인터넷에만 의존하다 보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기능이 점점 쇠퇴하게 된다고 말한다. 최근 몇몇 뇌과학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너무 사용하면 배측면 전두엽 피질의 회질의 양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마디로 책을 읽지 않고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인. 노벨상은 운운하기 이전에 우리 모두 디지털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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