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보수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체제가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홍 대표는 지난달 28일 “앞으로 보수 재건이란 말은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 이미 재건이 되었기 때문에 재건이란 말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했다. 특유의 허풍과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당장 넘어야 할 산은 ‘영남 알프스’처럼 첩첩이다.

만약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홍 대표는 보수정치의 주도권을 확실히 얻을 수 있는 동시에 큰 산을 넘을 수 있다. 또 홍 대표가 그것을 기반으로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기록한다면 단순히 무너진 당 재건을 넘어 흩어진 보수를 결집해 세운 보수의 아이콘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는 친박 '같이 가자', 지금은 '너 나가'

홍 대표는 5·9 대선을 닷새 앞두고 경북 안동 유세에서 갑자기 “국정농단 문제가 있었던 친박들을 용서하자”고 했다. 특히 “친박들 중에서 국정농단 문제가 있었던 분들도 다 용서하는 게 맞다”면서 인명진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원권 정지 징계가 내려진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앞서 친박 핵심을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비난했던 홍 대표였지만, 대선 전 보수층 결집을 위해 손바닥 뒤집듯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그러더니 5·9 대선 패배 직후에는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며 친박계 의원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했다. 애초 대선보다는 당권이 목표였던 홍 대표 입장에선 친박계가 ‘당권 접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친박 쪽에선 “그동안 선거하면서 ‘하나가 되는 게 당이 사는 길이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무슨 바퀴벌레고, 탄핵 때 어쩌고 하냐. 제정신이냐. 낮술 드셨냐”는 말이 나왔다.

홍 대표 자신의 지시로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당원권 정지 해제 절차를 밟은 지 5개월 만에 다시 국정농단 책임을 물어 당에서 나가라는 요구에, 친박계 쪽에선 “‘일사부재리’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번 징계를 받았고 이미 ‘사면’이 내려진 사안을 다시 징치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혁신위는 ‘박근혜·서청원·최경환’ 3명만을 콕 집어 이들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당헌·당규대로 제명(출당) 절차를 밟을 것을 당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에서 쪼개져 나간 바른정당 의원들이 들으라는 듯 “분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전제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당에 제안했다. 홍 대표는 이러한 혁신안이 나오기 전에 티케이 지역 여론조사를 통해 ‘박근혜와의 결별’의 득실, 시기 등을 저울질했고, 추석 전에 탈당 공론화를 결정했다.

친박 청산을 전제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바른정당 내부의 통합론자들을 흔들고, 이들이 일부 탈당해 바른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지면, 지방선거를 전후로 ‘여권 대 자유한국당’이라는 과거의 양당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식이다.

한국당-바른정당 통합시 보수 아이콘으로

일각에선 홍 대표의 막말을 퍼붓는 특유의 캐릭터로 인해 일각에선 그가 보수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특히 대선 당시 과거 회고록에 쓴 '돼지발정제'논란이나 '여성비하'등의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홍 대표의 막말은 대선과정에서 강력한 전투력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독설의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다.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막말은 과거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발언으로 인한 실수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수층에선 홍 대표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탄핵직후 패배 가능성이 높던 대선에서 특유의 캐릭터와 말발로 홍 대표는 24%를 기록해 보수의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두고 당내에서 조직적 반발이나 잡음이 없는 것을 두고 이미 한국당은 홍준표 체제로 재편됐고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당 지지율도 소소하지만 15%를 기준으로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25~27일 조사해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16.6%로 여당인 민주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자리수를 기록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 달리 여전히 두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www.nesdc.go.kr).

당 내부를 장악한 홍 대표는 이제 집나간 집토끼들을 달래고 어르며 내년 6월로 예정돼 있는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권과 상반되는 '전술핵 재배치'등 안보문제나 '노동개혁'같은 경제정책을 주장하며 강한 보수정당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영수회담을 두 번이나 거절한 것도 극명한 보수색을 드러냄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 전까지 정국구도를 '민주당대 한국당'양상으로 끌고 가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다당제인 20대 국회에서 한국당은 밖으로는 민주당과 이념대립을, 안으로는 바른정당과 보수 선명성을 높고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바른정당 3선의원들이 주축이 돼 다음달 11일 보수우파통합추진위원회(가칭)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한국당-바른정당의 통합은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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