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부산·인천·대구·울산시장, 경남·경북지사 자리를 지켜내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

지난달 3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그러면서 홍대표는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나는 당대표를 오래 할 생각이나 미련이 없다. 당 대표는 월급도 안준다. 뭐하려고 오래 붙어있느냐"면서도 "우리가 6곳을 못 지킬 것 같냐"고 말했다.
  
이 같은 홍 대표의 발언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내년 지방선거 때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고 밝힌 점을 언급한 대목에서 나왔다.  
  
홍 대표는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역 단체장이라고 해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역 단체장도 얼마든지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가 저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전략공천해 이들 6개 광역단체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홍 대표의 생각대로 될 것인가이다

8일 한국당에 따르면 지난 19대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정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지만, 지방선거는 대선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하며 선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6곳 가운데 대구·경북·경남의 경우 지난 대선 때 홍 대표가 득표율 1위를 했던 곳이라 한국당으로서는 무난히 승리를 점치는 곳이다.

홍 대표는 경기 역시 승산이 있는 지역으로 꼽고 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후보로 나설 경우 이 시장을 꺾을 수 있는 참신한 '맞춤형 인사'를 출마시켜 확실하게 추가 승리를 낚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영남이다.

자유한국당이 ‘적폐 정당’으로 내몰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촛불 민심’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에 조금이라도 우위를 나타내는 곳이 현실적으로 영남지역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고향이자 그가 4년 반 동안 도지사를 지낸 곳이면서,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은 두 거대정당의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전쟁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홍 대표가 도지사 시절 키운 측근들인 이른바 ‘홍준표 키즈’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벌써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 전역에 골고루 포진한 ‘홍준표 키즈’가 태풍을 일으킨다면 부산·대구 등 영남 전체를 휩쓸어, 자유한국당에 재기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원외 인사’인 홍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다져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모든 ‘홍준표 키즈’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를 바란다. 현명한 경남도민들은 그들을 모두 쓸어버림으로써 ‘적폐 본당’인 자유한국당과 그들의 우두머리인 홍준표 전 지사를 심판할 것이다. 경남발 적폐 청산이 전국을 휩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영남에서 홍준표와 '키즈';들의 영향력이 미풍에 그친다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더욱 추락할 것이고 홍 대표의 정치 생명은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국당은 지방선거 필승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지방선거 체제로 조기 전환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당무 감사를 실시해 각 당협위원회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고, 내년 2월 말까지는 공천을 조기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여당 후보군을 먼저 살펴본 뒤 대항마를 세우느라 선거 직전까지 공천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과거의 야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취임 100일을 맞는 홍준표 대표가 친박청산·보수통합 두마리 토끼잡기를 잡고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극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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