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올해 서울대 합격생 중 입학 포기자는 386명이며, 70% 이상이 자연계열 합격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당수가 이공계에 몰려 있어 타 대학 의대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를 두고 의학계열로만 인재가 집중돼 문제라는 지적과 ‘학벌’보다는 ‘취업 보장, 실용주의’를 선택하는 세대 변화라는 해석이 함께 나온다.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동섭 의원(국민의당)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대 등록 포기자 현황’에 따르면 2017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한 학생은 386명으로 전년 346명보다 11.6% 증가했다. 2017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선발 인원이 3318명이었으니 합격자 10명 중 1명(11.6%)은 서울대 간판을 포기한 셈이다.

단과대별로 등록 포기자 현황을 보면 공대가 136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대 공대 선발 정원이 90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공대 합격생의 15%가 포기한 셈이다. 이어 △농업생명과학대(53명) △간호대(50명) △자연과학대(42명)에서 등록 포기가 속출했다. 반면 인문대, 사회과학대, 경영대의 등록 포기 학생 수는 각각 12명, 9명, 1명으로 훨씬 적었다.

서울대 이공계 합격생의 등록 포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대 등록 포기생은 △2013년 326명 △2014년 339명 △2015년 317명 △2016년 346명으로 5년 동안 매년 300명을 넘었다. 특히 5년간 서울대에 붙고도 등록하지 않은 총 1714명 가운데 공대 등록 포기생이 671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농업생명과학대(315명) 및 자연과학대(203명) 등록 포기생까지 합하면 전체 등록 포기생의 70%가 이공계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대 이공계를 포기한 학생 대부분은 타 대학 의대로 진학했을 것이라고 봤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대 공대와 타 대학 의대를 동시에 합격한 학생들이 서울대 대신 의대에 진학하는 풍토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라며 “수도권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은 10명 중 7명이 의대에 가고 지방대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은 반반 정도 비율로 의대를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11일 이 같은 이공계 합격생의 의대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이공계 고급 인재의 의대 쏠림이 과도하게 심각해서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시대 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입학포기자가 매년 300명이 넘는 점과 관련해 “입학선발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연대·공대·농생대 고교생 캠프’를 운영하는 것 외의 실질적인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서울대는 국비 지원을 받는 국내 최고의 대학인 만큼 취업보다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선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입시기관 전문가는 “외환위기 이후 다른 어떤 가치보다 취업 및 직업 안정성이 선호되면서 어떤 당근으로도 극복되기 힘들 만큼 의대 쪽으로 입시의 판이 바뀌었다”며 “기성세대와는 달리 ‘학벌’보다는 ‘실용’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말이다. 다만, 이공계를 이탈해 의대로 간 학생들이 의대 진학 후에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특정 전공과에만 몰리는 현상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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