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중견 건설사인 삼환기업이 두 번째로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2부(정준영 수석부장판사)는 12일 오후 2시를 기해 삼환기업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번 회생절차를 거쳐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70년 건설·토목명가'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법원 및 소액주주 모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환기업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개시된다.

이번 법정관리는 경영진이 아닌 소액주주들이 신청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달 11일 삼환 소액주주들의 요청을 서울회생법원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법원에 신청했지만, 당시에는 금융채권단의 반대로 법원에서 반려됐다.

홍순관 삼환기업 소액주주 대표는 "지난번과 달리 법원에서도 지금의 삼환기업 재무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회생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회사가 파산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 법원에서도 이번 신청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접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소유지분의 10%가 넘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지만,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법정관리 신청에 적극 나서기 때문이다. 현재 소액주주 총 지분은 약 17%에 이른다.

홍 대표는 "지난 2012년 처음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대주주 일가는) 사유재산까지 내놓아서라도 회사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허울뿐인 약속이었다"며 "수차례 삼환을 살리기 위한 방법 등을 건의했지만 대주주인 최용권 명예회장은 이를 외면했다. 이에 회생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다시 한 번 직접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관리인에는 정화동 삼환기업 대표가 선임됐다.

홍 대표는 "건설업이 수주산업이다보니 빠른 일처리가 생명이며 발주처와의 관계도 중요하다"며 "그런 부분에서 현 삼환기업 대표가 관리인으로 적절하다는 데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환기업은 지난 1946년 고 최종환 회장이 설립한 중견 건설사다. 국내 건설사 중 가장 처음으로 중동에 진출했다. 1960~70년대에는 도급순위 5위권 내에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1996년 최용권 회장이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은 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불법 정리해고 논란 및 비자금 문제도 터졌다.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조기에 졸업했다.

2015년에는 상장폐지됐다. 회계감사 의견거절,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자본잠식 및 7년째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올해 기준 67위까지 하락했다.

게다가 최근 2년 들어 경영난은 더 악화됐다.

소액주주 모임에 따르면 삼환기업은 연말까지 약 650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 12%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 자산을 팔면서 이를 갚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이후 전도금조차 지급되지 않아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운영되는 현장도 상당수다. 협력업체 미지급금도 100억원이 넘는데 유동성위기도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말 회계감사 의견거절이 난 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사실상 공사수주도 끊겼다.

홍 대표는 "삼환이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부실을 털어내고 경쟁력을 되찾길 바란다"며 "우리 소액주주도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삼환 살리기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