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죽은 아내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딸 친구 김모 양(14)을 집으로 부른 이유다. 이영학은 치밀하게 범행 대상을 골랐다. 원래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했으나 여의치 않자 다루기 쉬운 상대를 선택한 것이다. 이영학에게 중학생 딸 친구는 욕망의 대상이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전 딸에게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가 필요하다. 네 친구 ○○(김양)이 착하고 예쁘니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이씨 부녀를 수사한 프로파일러(범죄 심리 분석관)는 "아내의 죽음으로 성관계 대상이 없어지자 피해자를 성적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이영학은 자신이 원하는 변태적인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상대로 통제하기 쉬운 딸의 친구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딸과 친해 집으로 놀러 온 적이 있는 피해자 김양과 안면이 있었다. 김양은 이씨의 아내 최씨와도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이영학은 13일 “아직 모든 게 꿈만 같다. 영원히 지옥에서 불타겠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동안 딸에게만 미안해하던 이영학은 이날 자신의 민낯을 처음 드러내고 사죄했다. 그러면서도 “아내가 죽은 후 계속 약에 취해 있었고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경찰은 "이씨에겐 올해 초부터 성기능 장애가 생겼지만, 성적 욕구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 성향도 있다"고 했다.

이영학은 잠든 김 양을 안방으로 데려간 뒤 ‘혹시라도 잠에서 깰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면제 3알을 물에 타 김 양의 입에 흘려 넣었다. 이어 김 양의 옷을 벗기고 성추행했다. 경찰은 이영학의 음란기구 사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기구 3점을 정밀 감정하고 있다. 잠들어 있던 김 양은 24시간이 지난 1일 낮 12시 30분경 깨어났다. 공포에 질린 김 양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이영학은 수건과 넥타이 등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립과학수사연구원이 김양을 부검한 결과 성폭행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이씨 집에서 성행위 기구 3개가 발견됐지만, 김양을 추행하는 데 쓰지는 않았다"며 "전과 18범인 이씨에게 성범죄 전력은 없다"고 했다.

한편 딸 이양은 아버지 이씨의 지시에 따라 준비한 수면제를 김양에게 먹였다. 친구가 기침하자 "감기에 좋다"며 이씨가 평소 먹던 신경안정제 두 알을 음료수에 타서 더 먹였다. 이양은 "아빠랑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 봐 약을 더 먹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날 저녁 외출했다 돌아온 이양은 아버지가 김양과 있던 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양은 김양의 행방을 묻는 다른 친구들의 문자에 '(30일) 오후 2시쯤 갔다' '왜 가출을 했을까? 살아는 있겠지?' 같은 거짓 답장을 했다.

프로파일러는 "이양에게 아버지는 맹목적 믿음의 대상이었다. 모든 행동과 의사 결정이 아버지에게 맞춰져 있었다"며 "강력한 심리적 종속 관계로 이양은 가치판단 없이 맹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양은 아버지와 같은 희소 난치병(거대 백악종·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종양이 자라는 병)을 물려받았다. 프로파일러는 "이양은 아빠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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