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앞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 했던 계획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보고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를 청원하는 과정에 국정원의 예산이 지원됐던 사실도 드러났다.

16일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2010년 3월 국정원 심리전단이 보수단체인 '자유주의 진보연합'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요구서한'을 노벨위원회에 발송한다는 계획을 원 전 원장 등 지휘부에 친전 형태로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혁위에 따르면 자유주의 진보연합은 대표명의로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취소돼야 합니다'를 작성해 당시 게이르 룬데스타트 노벨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영문 서한을 발송했다.

자유주의 진보연합은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도널드 커크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서울특파원이 2009년 펴낸 '배반당한 한국'이라는 책을 인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번역비‧발송비 250만원을 포함해 책자구입비 50만원 등 총 300만원의 비용을 국정원 예산으로 집행하기도 했다.

자유주의 진보연합이 작성한 김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 서한에는 "김대중씨의 노벨상 수상은 부적합했다"며 "2000년 6월에 성사됐던 남북 정상회담이었지만 이는 북한 독재자 김정일에게 천문학적인 뒷돈을 두고 이뤄낸 정치적 쇼였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원세훈 전 원장이 노벨 평화상 취소 서한을 보고받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음은 자유주의진보연합 대표 명의의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취소 요구 서한 전문이다.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취소되어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인류의 발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노벨 재단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시민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진학이라고 합니다.

제가 오늘 이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몇가지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노벨 재단의 명예와도 직결되는 내용이니 신중하게 검토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김대중씨의 노벨상 수상은 부적합했습니다. 그가 노벨상을 받은 계기는 2000년 6월에 성사됐던 남북 정상회담이었지만, 이는 북한 독재자 김정일에게 천문학적인 뒷돈을 주고 이뤄낸 정치적 쇼였다는 것이 이미 드러난 사실입니다.

봉건적 독재 체제유지 및 핵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에게 김대중 정권은 현대아산을 통해 불법적으로 5억 달러를 김정일에게 보냈고, 그 대가로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 결정적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문제로 한국에서는 그의 측근이었던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12년 형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뇌물과 불법으로 얼룩진 그의 노벨상 수상이 노벨재단의 명예에도 타격을 입혔던 것입니다.

이와 관련, 1970년대부터 시카고 트리뷴, 유에스에이 투데이 등에서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해 온 도널드 커크씨는 자신의 저서 ‘Korea Betrayed’ 360페이지에서 “돈은 김대중이 노벨상의 꿈을 실현시킬 토대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당시 김대중으로서는 투쟁의 일생을 장식할 면류관으로 노벨상만 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커크씨는 354페이지에서 “공개적 폭로의 위험과 자신을 원로 정치인의 반열에서 부패한 지도자로 추락시킬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DJ가 남북정상회담에 그렇게 많은 것을 투자한 동기는 분명했다”며 “그는 김정일에게 준 돈을 남북 교역과 친선, 그 결과 한반도 통일의 제단에 바치는 제물로 정당화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커크씨의 저서 357페이지에 따르면, 김대중의 측근 인사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보현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은 비밀리에 싱가포르에서 남북 정상회담 조건으로 5억달러를 지급하기 위해 협상했습니다. 커크씨는 “싱가포르 여행의 목적은 분명히 4억 5천만달러에 달하는 원래의 비밀 지급에다가 김정일 정권을 위하여 특정 물품으로 5천만달러 상당을 지급한다는 것을 포함한, 정상회담의 조건을 협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정상회담을 목적으로 북한에 전달된 수억달러가 북한의 무기 구입에 쓰였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커크씨는 자신의 저서 353페이지와 354페이지에서 “김대중 정권이 보낸 돈이 북한의 ‘39국’을 떠받쳤다”며 “이 기관의 역할은 무기와 마약과 위조화폐를 수출하는 것에서부터, 김정일과 그의 가족과 측근과 친구들을 위해 식량과 술, 선물과 다른 오락물을 수입하는 일까지 다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그 국은 또한 훨씬 더 음흉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원자력 기기들을 구입하는 일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커크씨는 자신의 저서 에필로그 부분인 363페이지에서 “노벨평화상과 정상회담을 위해 지급한 대가가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실시한 소규모 핵장치의 첫 번째 폭발과 2009년 5월 25일 실시한 보다 큰 규모의 지하 실험에 필요했던 자금에 도움이 되었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노벨상과 맞바꾼 김대중의 대북 현금지원과 각종 굴종적 대북사업에 힘입어 북한이 핵무장 및 군비증강에 성공한 셈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이 돈을 종자돈으로 하여 두 번의 핵실험 및 각종 대남도발로 세계평화에 위협을 주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지 장애가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또한 커크씨는 자신의 저서 263페이지와 264페이지에서 ‘DJ는 북한 잠수함 침투(98), 금창리 핵시설 의혹(98), 서해교전(99) 등 북한의 위협에도 오직 화해협력만을 주장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경제적 지원이 절실했던 김정일과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관철하려는 DJ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습니다. 커크씨는 저서 264페이지에서 “DJ는 언제나처럼 구름 속의 햇빛을 찾고 있었다”며 “김대중의 햇볕정책과 북한의 금전적 필요성이 맞물려, 외교적 또는 군사적 대치와는 별도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던 어떤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더욱 주목할 사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김대중이 두둔 일변도였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김대중은 대북지원 지속을 주장하며 김정일 정권에 힘을 실어줬고, 2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보다 대한민국 정부를 더 비난하며 핵개발 독재자 김정일을 비호했습니다.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취소돼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김대중은 대통령 재임 시절 각종 정치공작과 모략질로 반대파를 압박했습니다.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로 노골적인 언론탄압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정적들을 대거 구속시키는 등 다양한 형태의 정치보복도 했습니다. 이같은 그의 행적 또한 ‘평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대통령 퇴임 및 정권교체 이후 그의 행적 또한 노벨상 수상자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김대중은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집요하게 현실정치에 개입하며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했습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자 그는 정권퇴진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추종세력을 선동하며 대선 결과에 불복하려고 했습니다.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출범시킨 정권을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민주적인 방법으로 붕괴시키려고 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선거 결과조차 부정하는 그에게 ‘평화’라는 단어는 더욱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는 그간 노벨재단이 세계 평화를 위해 얼마나 큰 공헌을 해왔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대중에 대한 부적절한 수상은 재단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게 합니다.

따라서 저는 노벨재단의 명예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며, 이에 대한 조치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김대중의 각종 행적에 대해 상세히 기록된 ‘도널드 커크’의 저서 ‘Korea Betrayed‘도 편지와 함께 송부합니다.

귀 재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년 3월 5일

자유주의진보연합 대표 최진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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