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대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 씨가 18일 오후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71)씨에게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씨와 함께 기소된 그의 매니저 장모(45)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날 조영남(씨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씨는 한 매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에서 작품 작업 과정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지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항소하는 쪽으로 변호사와 얘기했지만 좀 더 논의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조씨가 제작했다는 작품들이 조씨 본인의 창작적 표현물로 온전히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를 구매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사는 "조씨는 원래 본업인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화가로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 갔다"면서도 "조씨가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믿고 있던 대다수 일반 대중과 작품 구매자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실망감을 안겨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는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언론을 통한 해명 과정에서도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내 미술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미술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화가 송씨 등을 단순히 본인들의 수족(手足)처럼 부릴 수 있는 조수로 취급하며 그들의 노력이나 노동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라며 "이로 인해 송씨 등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무명작가들에게 상처와 자괴감을 안겨줬다"라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조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가 20여명이 넘고, 피해액이 1억8000만원이 넘는 등 피해 규모 또한 상당히 크다"라며 "조씨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다거나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조씨의 범행은 미술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나 현대미술의 본질과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솔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악의적인 사기 범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라며 "조씨의 인지도와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하면 피해 회복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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