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법원이 사실상 '재판 보이콧'에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재판불출석 선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기 전 유영하 변호사를 접견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6일 사임한 이후 17일과 18일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박 전 대통령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대로 구치소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구치소측 전언이다.

19일 교정 당국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엔 실망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다시 평정심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6일 재판 보이콧 당시 격앙된 모습과는 달리 평온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전직 대통령이 갑자기 구치소 인권문제를 시비삼고 재판에도 안 나가겠다는 건가? 

19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국내에서 뿐만아니라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친박세력이나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국민여론을 뒤집기가 어려우니까 국제적으로 폭을 넓혀서 무언가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첫 번째로 정치망명을 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CBS 구용회 선임기자가 며칠 전 사정당국 관계자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망명'을 도모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자신을 '정치범 개념'을 가져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 뿐만아니라 법조계에서도 그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중견법조인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정치범'인 것처럼 몰고가서 국제적 논란을 일으켜 결국은 망명을 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정치재판'으로 끌고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MH그룹의 구치소 인권침해 문제제기는 돌발적으로 나왔다기 보다는 공교롭지만 변호사 전원사임과 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언 이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재판불출석 카드를 꺼냈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범죄여부를 가리는 '법률재판'이 아닌 정치보복을 다투는 '정치재판'으로 몰고가려는 의도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정치보복'이니 '정치재판'이니 하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한 번도 법률절차에 승복하거나 따른 적이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수사를 받는다고 했다가 믿지 못한다고 했고, 특검 수사를 받겠다고 하다가 끝내 거부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심리에도 끝내 한 번도 출석하지 않고 파면됐다.

세 번째는 영화 <친구>에 나오는 배우 장동건의 마지막 대사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해라'는 취지가 아닐까 하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장동건의 대사를 인용해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때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생중계 할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을 때였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기소된 뒤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는데 "오늘은 구속기한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 요청 받아들여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다시 법원은 6개월간 재판을 했는데 다시 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6개월 구속됐으면 많이 한 것 아니냐? 그러니 이제는 그만 풀어달라는 취지라는 분석인 것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구속 6개월 동안 일주일에 네 차례씩 재판을 받았으니 이제는 그만하라는 취지가 아닌가 보인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1심 선고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두 번째 정치재판으로 끌고가려는 의도와 비슷한 맥락인데 이미 1심이 선고된 공범들이 줄줄이 유죄가 선고됐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나 최순실씨, 정호성 전 비서관, 안종범 전 수석 등 핵심공범들에게 유죄가 선고된 만큼 중형선고를 피하기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되면 논란을 일으켜서 '정치재판'으로 몰고가기도 어렵고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유죄의 증거가 낱낱히 드러나면서 '정치보복의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 이미지가 커진다. 그래서 1심 선고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면서 논란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한 중견법조인은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선변호인 선임을 하더라도 방대한 기록을 검토할려면 1달여 이상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국선변호인이 기록을 검토하고 재판에 관여할 때 다시 사선변호인을 선임해서 대응을 하는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아마도 이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그런 목표를 포기하고 형이 확정되기 전에 조기 석방될 걸 목표로 하는, 이른바 '조기 출소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다섯 번째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분석하는 대로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발언에서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저를 믿고 지지하는 분들이있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이어 MH그룹에서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통해 논란일 계속 일으키면 자신의 지지층들이 더욱 결집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이는 게 중요해 보인다"면서 "논란이 계속되면 현 정부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나면 그 직후에는 지지층이 더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게 그동안의 흐름이었다.

여섯 번째 '동정론'에 기댈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전직 대통령 중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불법선거로 하야하고 망명길을 떠났다. 사법적인 단죄는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구속돼서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징역 17년이 최종 확정됐다. 그렇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직전 2년여만에 특별사면으로 석방했다.

그러니 박 전 대통령도 정치보복의 피해자인것처럼 논란을 일으켜서 자신도 사면을 받거나 1심 선고 전 조기에 출소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그런데 전여옥 전 의원이 '동정'에 대해 두 번 속지는 말아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박근혜라는 정치인은 참 묘하게도 부모도 남편도 자식도 없는 '상실'과 '동정'의 대상이었죠. 그를 지지한 많은 이들은 '불쌍한 것'이라 말하며 가슴아파했습니다. 말 그대로 '동정'의 대상인 정치인이었지요"라면서 "그러나 지도자는 다릅니다. 지도자는 보통 사람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함과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만일 약하고 겁을 내고 무능하다면 그는 절대 지도자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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