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22일째로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등대길에서 실종자의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햄버거를 바다로 던지고 있다.
 "울고 불고 하소연하고 싶어도 희생자 가족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 가슴앓이만 하죠"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서거차도 허학무(60) 이장의 숨죽인 가슴앓이다. '세월호 침몰' 후 시작된 마음고생은 7일로 어느덧 22일째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든 사고였지만 허 이장과 주민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생계의 터전인 바다에서 수 백명이 안타깝게 희생당한 것도 감당하기 힘든 마당에 막대한 양의 기름까지 유출돼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어서다.

벙커C유 13만9000ℓ와 경유 3만9000ℓ 등 세월호에 적재된 20만3000ℓ(203t) 가운데 상당량이 바다로 흘러들어 839㏊에 이르는 양식장과 마을어장이 부분부분 오염되면서 어민들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허 이장은 "기름띠가 덮치면서 키우기도 힘들고 판로도 막혀 양식은 포기해야 할 판이고 ㎏에 4만원이나 하는 불가시리도 당장 채취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맹골도 용정규(51) 이장은 "동백나무 잎사귀 크기의 미역종패가 이제 막 붙기 시작해 7월말부터는 채취해야 하는데 큰 일"이라며 "갯바위 돌미역은 전국 최상품인데도 인터넷 주문마저 끊겨 막막하다"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밭도, 논도 없어 해산물이 유일한 생계수단인데 하소연할 것 조차 없어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고도 했다.

'은멸치'로 유명한 동거차도 역시 세월호 참사로 버거운 후유증을 겪고 있고, 때묻지 않은 자연 경관과 무인도를 찾아 가족 단위로, 또는 20∼40명씩 예약한 민박도 대부분 최소됐다. 낚시손님도 발길이 아예 끊겼다.

▲ 세월호 침몰 3주째로 부처님 오신날인 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등댓길에서 아이의 손을 잡은 시민이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팽목항과 조도를 오가는 카페리호도 접안장소가 마땅치 않자 하루 4차례에서 2차례로 운항횟수가 줄면서 섬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수색 작업 등을 이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가슴 아플 피해 가족들을 위해 어민들은 눈물을 삼킨 채 매일같이 구조 현장을 찾아 유실물 수거와 방제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18만∼38만원에 이르는 유류대도 자발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사고 초기에는 탑승자 구조작업에도 헌신했다.

10t급 낚시어선 '골드피쉬'의 허재균(50) 선장도 뱃머리에 '자율 구조선'이라는 깃발을 달고 매일 아침 사고 해역으로 달려가 5∼6시간씩 기름제거와 실종자 수색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3D 작업이어선지 선뜻 나서는 자원봉사자가 없어 친형(53)과 군 입대를 앞둔 조카까지 일손을 더해주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묵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눈물의 봉사를 하는 이들도 적잖다. 서거차도 출신인 김모(42·여)씨는 "나고 자란 서거차도 인근에서 사고가 나 바다만 바라봐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를 둔 한 주민은 "고갯길 구부구부가 눈물이라던 진도아리랑이 요즘처럼 구슬프게 들린 적이 없다"며 "단원고 학생과 그 부모, 사고가 난 진도, 이를 지켜본 국민 모두가 피해자"라고 고개를 떨궜다.

진도읍의 한 식당 주인은 "오는 손님마다 세월호 얘기로 한숨 짓는다"며 "세월이 지나면 모두들 떠나겠지만 진도는 그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긴 숨을 내쉬었다. 이어 "세월호는 선주도, 선사도, 선원도 모두 다른 지역임에도 일부에서 엉뚱하게 진도나 전라도를 폄훼하고 있다는 소식에 속이 터지고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진도군청 한 공무원은 "진도(珍島)는 진도개와 강강술래, 남종화와 '신비의 바닷길' 등 말그대로 보배로운 땅인데 이토록 깊은 슬픔에 빠진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씻김굿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어민들을 현실적으로 지원하고 땅에 떨어진 지역이미지를 바로 세울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참사로 숨진 탑승자는 269명, 실종자는 33명에 이르고 있으며 사고 이튿날부터 추가 생존자가 '0'에 머물면서 구조자수는 3주째 '174'에 멈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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