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깜짝 시구를 했다. 포수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챔피언스필드에 모인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를 반겼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는 청와대 주요 관계자도 이날 오후까지 알지 못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으나, 경기 3∼4시간 전부터 광주 챔피언스필드 주변에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문 대통령이 시구자로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시구를 하기 전 15분가량 3명의 전문가에게 특별 트레이닝을 받았다.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전 해태타이거즈·삼성라이온즈·한화이글스 감독), 김성한 프로야구 해설가(전 기아타이거즈 감독·한화이글스 수석코치), 한국시리즈 사상 최다 7승 기록을 가진 김정수 기아타이거즈 코치가 문 대통령의 일일 코치로 나섰다.

야구 유니폼 차림의 문 대통령은 주심 안내에 따라 마운드에 올라 야구공을 힘껏 던졌다. 문 대통령은 시구를 마치고 3개의 야구공에 사인했으며 사인볼은 각각 야구 박물관, 두산과 KIA 구단에 증정됐다. 이후 문 대통령은 관람석에 앉아 일반 관람객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야구 스타를 대거 배출한 경남중과 경남고를 다니며 야구에 흥미를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경희대 재학 시절 교내 학년 대항 야구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사법연수원 시절 동호회 야구팀에서 4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 대통령이 유명 야구 커뮤니티에 '동네야구 4번 타자 문재인 인사드립니다'란 글을 올리며 "야구처럼 만루홈런을 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야구 유세를 펼친 일화도 유명하다.

역대 대통령들도 프로야구 시구 경험이 있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시구는 대선 공약을 지켰다는 특별한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 참여 리그 2017' 이벤트를 벌였다. 유권자가 투표 인증샷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문재인의 생애 첫 시구는?'이란 물음에 응원 야구팀을 선택하는 이벤트다. 유권자 선택을 받은 팀은 포인트가 쌓인다.

문 대통령은 투표 인증 1위 팀의 연고지에 가서 시구를 하겠다고 공약했고 이벤트 1위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2위는 LG 트윈스, 3위 롯데 자이언츠였다. 마침 이날 한국시리즈 1차전이 광주에서 두산과 KIA가 맞붙어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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