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14년 동안 끌어왔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결국 49층의 고집을 꺾고 35층으로 몸을 낮춰 사업 재시동을 걸게 됐다.

26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35층 재건축안이 확정됐다.

이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이 단지 토지등 소유자 4803명을 대상으로 최고층수 35층 이하와 49층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서면동의서를 받은 결과 의견을 제출한 3662명 중 71% 인 2601명이 ‘35층 이하 안’을 택했다.

‘49층 안’을 고른 주민들은 1061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 단지는 최고 35층, 5905가구로 재건축을 진행하게 됐다. 기존 안(최고 49층, 6054가구)과 총 가구 수는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동안 은마아파트는 14층 높이의 4424가구를 철거해 최고 49층 6000여 가구로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초고층 랜드마크로 짓게 된다면 고(高)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데다 일반분양 가구수가 늘어나는 만큼 추가분담금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주거지역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면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은마아파트의 49층 정비계획안이 이례적으로 도계위에서 심의조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의 '미심의' 반려도 나왔다. 서울시도 은마아파트의 요구를 들어주면 타 단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절대 불가' 입장을 표명해 왔었다.

하지만 이번 투표에서도 일부 소유주들은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인 만큼 제도 완화를 염두에 두고 기존 49층안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거액의 설계비를 들여 49층안을 만든 만큼 35층으로 층수를 낮추면 매물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기간이 길어지자 대다수의 소유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35층으로 낮춰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금이라도 35층으로 결정돼 사업에 속도가 붙었지만 여전히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향후 일반분양 시 분양가 규제를 받을 가능성 또한 높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아직 조합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고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돼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 인허가 과정이 많이 남아 실제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은마아파트 매매가는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최근 전용면적 76㎡이 13억원 후반대에서 최고 14억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전고점은 13억8000만원(7월)이다. 전용면적 84㎡도 15억 후반을 호가한다.

단지 인근 E공인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사라져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돼 가격 상승의 호재가 생겼다”면서 “매도 매물도 회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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