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자신의 개인전에서 고 김백선 디자이너가 조명을 켜면 한쪽 벽에 초의 형상이 드러나는 조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공간은 존재하는 것들이 뿜어내는 기의 흐름이 담겨있는 곳이다. 디자인을 하고 건축을 하고 아트 디렉팅을 하는 일의 근원은 결국 자연과 예술을 향한 경배와 그것을 탐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건축가 겸 디자이너 김백선(51)이 지난해 10월 한국의 미감이 발현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개인전을 열면서 한 말이다.

건축과 디자인, 동양화 등 다양한 재능을 보이며 '만능 예술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인 김백선이 4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51세.

미술계와 유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갑자기 뇌사상태에 빠진 뒤 병원에 입원했다가 어제 새벽 임종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전라남도 목포 출신으로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대학 4년 때인 198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화가로 촉망받는 데뷔를 했다.

동양화가로서 깊이 있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건축처럼 규모가 큰 공간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디자이너 겸 건축가가 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디자인, 건축 전문 스튜디오인 백선디자인을 운영해왔다.대안공간 루프와 한남동 유엔(UN) 빌리지 빌라, 페럼타워 공용 공간, 롯데 월드타워 레지던스·커뮤니티 공간, 덴마크주재 한국대사관 등을 설계했다.

그가 설계한 건물이나 디자인한 실내는 한옥 창살 문양을 확대한 공간, 국수 가락을 차용한 작업으로 동양적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수묵화 같은 ‘한국적 미감이 발현된 현대적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구 디자이너로서도 역량을 보였다. 지난 2016년 10월 직접 디자인한 가구 25점을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화제가 됐다.

고인이 2007년 전주시의 공예 브랜드 ‘온’을 통해 무형문화재의 협력해 가구를 선보인 이후 10년만에 선보이는 생활 디자인전으로 고인의 디자인을 높이 평가한 이탈리아 대표 가구기업 프로메모리아와 뽀로, 판티니에서 협업한 전시였다.

고인의 활발한 활동에 2008년 골든스케일 베스트디자인어워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0년 골드스케일 디자인 어워드 스케일상, 2011년 리빙디자인페어 올해의 디자이너상, 2012년 명가명인상 수상의 영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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