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대기자
배신과 관련 중국 속담에 '날아오는 창을 피할 수는 있지만 숨겨졌던 칼을 피하지는 못한다'는 말이 있다. 또 독일 정치학자 카를 슈미트는 ‘정치적인 것’의 본질이 ‘적과 동지의 구별’이라면, 누군가를 배신자로 지목하는 것이야말로 고도의 정치 행위'라 했다.

박근혜와 정치를 말할 때 '배신'이라는 단어는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배신자 낙인을 누구보다 능란하게 활용한 정치인이었고 배신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그에게 ‘배신자 응징’은 곧 ‘통치 이데올로기’였다.

박근혜는 대통령 재임 중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 응징’을 공언했고, 실제로 유승민을 배신자로 몰아 찍어냈다. '국정농단' 혐의 재판에서는 40년 지기이자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 대해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왔고, 모든 명예와 삶을 잃게 됐다"며 '배신자'라고 지목했다. 지금도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왔다”며 주술처럼 배신론을 되뇌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기와 자서전은 '배신'이란 단어로 빼곡하다. 1981년 일기에는 "아예 처음부터 배신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차츰차츰 마음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고 적고 있다. 2007년에 낸 자서전에서도 '배신'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하의 총에 목숨을 잃은 뒤 겪게 된 일종의 '트라우마'일지도 모른다.

최근 배신을 두려워했던 박 전 대통령은 최근 또 한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20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해온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지목한 것이다. 지난 2일 이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돈을 받았다. 대통령이 요구할 경우 받아서 올려줬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지난 3일 홍준표에게 출당이라는 배신을 당했다. 물론 박근혜와 홍준표는 믿음과 의리를 나눈 사이는 아니다. 출당에 앞장섰다고 홍준표에게 배신자 딱지를 붙이긴 애매하다.

최근 SBS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는 최측근이었던 문고리 3인방의 자백으로 새로운 혐의를 받게 됐는데도 별다른 동요가 없이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쩌면 박근혜는 '문고리 2인'의 배신과 출당 소식을 접하고  자신을 향한 배신에 치를 떨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가녀린 공주’로 행세하면서 상황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을지도..하지만 이 한마디는 꼭 잊지 말고 기억했으면 싶다.

"국민 신임을 배반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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