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기자]"서울 청량리역~강릉역까지 1시간 26분이면 갑니다."

지난 3일 이수형 한국철도시설공단 건설본부장은 영업시운전 중인 KTX를 타고 "경강선 개통 후 운임은 2만5000~3만원 사이로 예상되며, 서원주~강릉 구간은 곡선 구간을 최소화해 평균 시속 220㎞ 이상으로 운행할 수 있게 설계했고, 망종∼횡성, 진부∼강릉 구간에서는 최고 시속 250㎞로 달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과 강릉을 잇는 고속철도인 경강선은 1973년 태백선 개통 이후 44년 만에 강원도를 관통하는 철도 노선으로, 강원도 지역 최초의 KTX 노선이다.

이날 오전 9시. 서울역에 정차한 KTX 산천 7805호가 국토교통부 기자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철도시설공단 직원 100여명을 태우고 역을 출발했다.

 '1시간 반이면 강릉에 갈 수 있다니…'

게다가 운임(편도)이 2만5000원 정도면 부담이 크지 않아 서울에서 강릉까지 자주 왔다 갔다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청량리역에서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40분 이상 걸리는데, 40~50분 더 투자하면 강릉 앞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먹을 수도 있는 셈이다.

KTX는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였다. 청량리역에 도착했을 때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었다.

 
이수형 본부장은 "서울~서원주역 까지는 현재 다니는 열차 사이로 KTX가 들어가기 때문에 느릴 수 있다"며 "개통 후 인천국제공항~수색~청량리~서원주역까지는 구간에 따라 시속 150~230㎞, 서원주~강릉역은 시속 250㎞로 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강선 KTX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역을 거쳐 강릉역까지 하루 51회 국내외 선수단과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게 된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KTX는 16회, 서울역은 10회, 청량리역 10회, 상봉역 15회 운행한다.코레일은 새로 구입한 KTX 열차 15편성과 기존 KTX 4편성을 올림픽 기간 중에 투입할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 중 KTX는 인천공항 2터미널~강릉역까지 2시간23분이면 도착한다. 노선 건설과 함께 새로 만들어진 6개 역 중 평창·진부·강릉역에선 올림픽이 열리는 시설들까지 버스로 5~2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올림픽 기간 동안 하루 최대 3만8000여명이 경강선 KTX를 이용하고, 전체 교통수단 대비 수송 분담률을 21% 수준으로 예상한다.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고속도로 상황도 개선됐다. 지난 6월 동홍천~양양 구간 개통으로 서울~양양고속도로 전 구간이 완성되면서 서울에서 양양까지 자동차 운행 시간이 2시간10분에서 1시간30분 수준으로 40분가량 단축됐다. 올림픽 기간에 선수단이나 관광객 등이 수도권 북부 지역에서 출발해 강릉까지 갈 경우에도 이동 시간이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전보다 30분가량 단축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영동고속도로 교통량이 14% 감소해 정체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면서 "중부·영동고속도로 186.3㎞ 구간도 도로포장, 안전시설 등을 신설 고속도로 수준으로 개량해 이용하기 편리해졌다"고 한다.

개통시 인천공항~강릉역까지 2시간 12분, 서울역~강릉역(서울~강릉 고속버스의 2시간40분보다 1시간 14분 단축)까지는 1시간 42분(진부역 정차 5분), 청량리역~강릉역까지는 1시간26분(기존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열차의 5시간 47분보다 4시간 21분 단축),  서울역~진부역까지는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주말 고속도로 정체없이 수도권과 강원도를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고속 교통수단이 새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경강선 KTX는 없을까?

이에 이 본부장은 "경부선 내려가는 곳은 KTX 정차 시설이 있지만 강원도로 빠지는 곳은 없다"며 "경부선을 지나 청량리로 갈라지면 KTX가 정차할 수 있는데, 경부선을 지나기 전에 갈라져서 정차할 수 없다. 용산역은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강선 KTX는 내달 중순께 전 노선 개통을 앞두고 있다. 원주~강릉역 구간에서 지난달 31일 영업시운전이 시작됐으며 이달 말 완료할 예정이다. 이 구간에 신설되는 역은 만종, 횡성, 둔내, 평창, 진부, 강릉 등 모두 6곳이다. 이 가운데 평창, 진부, 강릉역은 평창동올림픽 지원 역사로 기획돼 경기장 등 접근이 편리하도록 지어졌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에서 새로 개통하는 제2여객터미널(T2)과 제1터미널(T1)을 연결하고, 기존선인 수색~서원주(108.4㎞) 구간을 '고속화'하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오는 10일까지 시설물검증시험이 끝나면 시운전에 들어간다.

기자는 오전 11시께 평창역에 도착해 브리핑을 들은 후 기관실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좁은 공간에 기관사 2명이 앉아 있었다. 정식 개통되면 1명이 타지만, 시험 운행 기간 중에는 안전을 고려해 2인 1조로 2명이 탄다고 했다.

기관실에서는 터널 안을 지나가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한종원 기관사는 "터널안 구간 운행은 이번이 최초"라면서 "평상시에는 시속 250㎞로 달리는데, 시범운행 뿐만 아니라 모든 첫 열차는 170㎞ 이하로 달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170㎞는 기관사가 육안으로 방해될 만한 물건을 확인한 뒤 속도를 줄일 수 있는 한계선"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열차자동방호(ATP) 신호시스템을 구축해 차량의 구간별 제한 속도가 계기판에 표기되며, 이 속도를 넘어가면 정지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신설된 원주~강릉 복선전철 뿐 아니라 기존선 개량 구간에도 설치돼 있다.

11시 20분 진부(오대산)역에 도착했다. 올림픽 주요 지원역사인 진부역은 개·폐막식과 주요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가 인근 7분 거리(9㎞)에 있다. 역사 앞에 올림픽 오륜기 조형물이 설치되는 등 막바지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공단 측은 "진부역이 올림픽 기간이 아니면 이용객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영구시설로 짓는 대신 역사 옆에 임시 대합실, 화장실, 대기실 등 편의시설을 추가로 설치중이다"고 했다.

기자는 진부역에서 다시 열차를 타고 최종 목표지점인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은 공간(연면적 2464㎡)이 넓은데다 인천공항과 같이 탁 트이고 천장이 높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진부역과는 달리 올림픽보다 평상시 관광객 수요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합실은 강릉단오제의 오방색을 아트글라스에 설치해 일조량에 따라 색채가 변하도록 만들었다. 화장실 내부도 잘 꾸며놓았다. 바닥과 천장마감 패턴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경포대, 소나무 등을 표현한 예술장식품도 설치했다. 수유실과 같은 시설물도 눈에 띄었다.

건축비가 많이 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공단 측 관계자는 "전체 비용 3조7597억 원 중 역사 전체 건축비는 3%(약 1400억원)에 불과하다"며 "머물러서 볼 수 있는 공간이 역사말고는 없기 때문에 신경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을 먹고 서울로 돌아가는 상행선 KTX를 다시 탔다. 강릉역에서 만종역까지 되돌아가는데 38분이 걸렸다. 열차는 오후 3시24분께 대관령 터널로 진입하면서 시속 220㎞로 달렸다. 230㎞를 넘어서는 순간 계기판의 속도를 알리는 화살표가 하얀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곡선 구간 등이 나오면 약 230㎞가 최고속도이나, 그 외 구간에서는 250~255㎞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한다. 한계 속도를 넘어서면 계기판이 알려준다. 오전에 170㎞를 달릴 때 8분이 걸렸던 대관령 터널이 220~230㎞ 속도에서는 2분 단축한 6분이 소요됐다.

열차에는 좌석마다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휴대전화 충전이 편리했고, 무료 와이파이망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울긋불긋한 단풍들을 미처 감상하기도 전에 지나쳤고, 익숙치 않은 속도감에 귀가 먹먹해지는 듯했다. 경강선을 타고 서울~강릉을 오가는 길목에는 터널과 교량이 많은 듯 느껴졌다.

한 기관사는 다른 고속선과의 차이는 "산지가 많은 강원도 특성상 신설된 원주~강릉 구간(120.7㎞)엔 터널이 34개나 있다"면서 "이 구간의 63%(76㎞)가 터널로 이뤄져 경부고속선(32%), 호남고속선(46%)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34개 터널 중 가장 긴 대관령터널(길이 21.8㎞)은 우리나라 최장(最長) 산악 터널로 지하 최대 약 780m 깊이에 건설됐다. 교량도 53개(총길이 11㎞)나 설치됐다.

경강선 KTX가 서울~강릉 간 이동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만큼 열차를 타고 가는 강원도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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