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시에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15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한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소희 기자]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자정까지 모두 30번 넘게 여진의 공포를 겪은 경북 포항시민은 "지진이 또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기온까지 뚝 떨어져 찬바람까지 부는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주민 800여명이  대피해 새벽을 맞고 있었다. 체육관 인근 커피숍, 편의점 등에서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는 시민 등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날 남편, 아들과 함께 체육관으로 온 주민 이미경(44·여)씨는 " 5층 아파트 건물 외벽과 계단에 금이 많이 갔다"며 "지진이 나고 밖으로 대피했다가 다시 들어가기 무서워 옷가지만 챙겨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동생 등과 대피한 김윤정(22·여)씨는 "지진으로 집안 유리창이 깨지는 등 완전히 엉망이 됐다"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는 생각에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그는 "이곳으로 오던 중 높이가 일반 성인 어깨에 이르는 담이 수m씩 무너져 내린 집이 곳곳에 보였다"고 말했다.

오후 8시 무렵, 몇몇 주민들은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체육관 안 사무실에서 약을 받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한 남성은 아픈 딸(17)을 데려오며 "지진이 나고 아이 얼굴이 백지장으로 변했다"며 "계속 어지럽고 속이 좋지 않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한 주민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16일 0시 22분.

갑자기'쿠쿵'하는 소리와 함께 여진이 발생하자 체육관 이곳저곳에서 "어머"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때서야 잠을 못이루고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곳에서 약을 나눠주고 있는 포항시약사회 이문형 회장은 "지진을 경험한 주민 불안 증상이 오래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등 큰 피해를 본 한동대와 선린대 학생들은 인근 기쁨의 교회에 마련한 임시대피소로 피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좀처럼 잠을 청하지 못했다. 대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한동대 재학생 신다인(21·여)씨는 "혼자 사는 원룸에 있기 무서워 교회로 나왔다"며 "잠을 잘 수는 없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A(23·여)씨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다른 지역에 사는 학생은 불안한 마음에 대부분 오늘 고향으로 간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2층 상가 건물과 아파트 내부 곳곳에 금이 간 피해를 본 창포동 한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중학교에 간이 천막을 치고 늦은 밤까지 머물렀다.

이곳에 머물던 한 주민은 "여진이 계속 발생해 불안하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집에 들어가는 것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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