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이병기(70·구속)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경환(62)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넸다"고 실토했다. 또 이 전 원장은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 최 의원에게 돈을 건넨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최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전 원장은 자수서에서 최 의원에게 돈을 준 시점은 2014년 10월께라고 기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직에 있었다.

또 이 전 원장은 '최 의원에게 돈을 줄 때 특수활동비 중 특수공작사업비를 사용했다'고 자수서에서 진술했다.

특수공작사업비는 특수활동비에 반영된 국정원 예산으로, 용도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특수활동비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자금으로 알려졌다. 예기치 못한 특수 상황이 발생해 국민 안전을 위해 긴급히 써야 하는 공작금 등 명목이어서 특수공작사업비는 주로 국정원장이 공적 업무를 볼 때 사용하는 자금으로 파악된다.

이 전 원장은 자수서에서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건의에 따라 이뤄졌고, 자신은 자금 지출을 승인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원장에게 자수서를 받은 검찰은 최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었고, 국정원 특수활동비 등 예산 편성에 관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가성이 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에게 건네진 1억원의 목적지가 박근혜(65) 전 대통령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최의원을 소환 할 것으로 알려졋다.

한편 이날 최 의원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 자살하겠다”고 수수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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