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학생들이 롱패딩을 입고 거리를 걷고 있다.(조선일보 사진 캡쳐)
[이미영 기자]"반 친구들 다 입었어요"

서울 망우동에 사는 중학생 아이를 둔 한 학부모 정지영씨(41세)는 "롱패딩이 뭐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딸의 손에 이끌려 백화점에 가봤지만, 수십만원에 이르는 제품 가격을 보고 선뜻 구매를 결정할 수 없었다. 10만~20만원대도 아니고, 기본이 30만~50만원에서 시작돼 솔직히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정씨의 경우와 달리 롱패딩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교복패딩' 된지 오래다.

지난 18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 ‘평창 롱패딩’이 재입고된다는 소식에 새벽 4시30분부터 줄을 섰고, 개점 1시간 반만에 물량이 동나자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이윤즉 롯데백화점에서 이날 판매한 ‘평창 롱다운’은 보통 30만원대인 유명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 제품에 비해 '14만9000원'이란 파격 가격에 제품을 판매했기 때문.

롯데백화점 관계자는“당초 22일부터 나머지 7000장을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안전 사고 문제가 있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판매를 중단한다”며 “물량 추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의류업체 한 관계자는 "‘롱패딩 열풍'의 진원지는 강남소재 중·고등학교"라고 귀뜸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강남구 학부모들 사이에 어떤 브랜드가 좋은 지 롱패딩이 화제가 됐다”며 “몽클레어 등 비싼 브랜드는 학교갈 때 입기가 뭐해 따로 국산 브랜드를 구매하는 엄마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그런만큼 브랜드의 판촉도 중고생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한 스포츠브랜드 관계자는 “A급 모델이 광고로 등장하는 39만원, 49만원 제품 위주로 완판됐다”며 “TV 오락프로그램을 비롯해 ‘아이돌 공항 패션’ 등에 자주 노출된 점이 판촉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교복 패션이 된 롱패딩이 ‘등골 브레이커’의 계보를 잇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3~4년 전 유행한 노스페이스 헤비다운(우모 함량이 높은 기능성 다운 재킷)처럼 기능성과 가격에 따라 계급 설정하면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선 롱패딩 열풍을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 SNS에는 "내년이면 부끄러워서 못 입는다" "전부 롱패딩 입으니 개성 없다" "머지않아 자녀가 입다 버린 롱패딩 착용한 학부모들이 넘쳐날 것"이란 글도 올라오고 있다.

아웃도어·스포츠용품 업계 한 관계자는 시사플러스와 통화에서 "“3년 주기로 이런 트렌드가 오고 있다”며 "평창올림픽이 열리고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들이 롱패딩 마케팅에 사활을 건 만큼 당분간 롱패딩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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