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통해 북한을 '불량국가'로 낙인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은 핵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을 포함해 국제테러 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해왔다"라며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한에 더 많은 제재와 처벌을 가할 것이며 잔인한 정권을 고립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자동으로 4가지 제재를 받게 된다.

무기 관련 수출과 판매가 금지되고, 민간 물자이면서 동시에 군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이중용도'(dual-use) 품목의 수출도 제한된다. 아울러 해당국에 대한 미국의 대외 경제원조가 금지되고, 다양한 금융 및 기타 분야 제재가 부과된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일까

이미 국제사회로부터 이중·삼중 제재 망에 둘러싸인 북한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추가 제재의 효과를 기대했다기보다는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취지가 강해 보인다.

이날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이었던 데니스 와일더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은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아무 대응 없이 두고만 보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테러지원국에 반발해 다시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중국과의 대북 압박 협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뉴욕타임스 역시 "북한을 테러지원국을 재지정한 것이 미국의 협상력을 강화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말의 전쟁'을 심화할지 불투명하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월 미국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을 보이자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을 마구 걸고 드는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가를 통절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구는 "궤변"이라며 "테러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우리에게 '테러지원국' 딱지를 붙이려는 것은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적 태도의 표현이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강변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적대적 태도의 표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찾고 있으며, 이 부분이 달라지지 않는 한 비핵화는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빌미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다시 확인됐다며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사플러스에서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배경과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려면 테러를 저질렀거나 테러를 지원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씨 암살사건을 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해외 영토에서 일어난 암살사건을 포함해 반복적으로 국제테러 행위를 지원해 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당시 사건을 북한 정권과 연계시킨 이유는

북한이 일으켰다는 정황은 확실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이를 공식화하는 데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예로 유엔총회 제 1위원회가 당시 사건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결의를 채택했는데, 여기에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 결의에 찬성입장을 밝혔던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군축대사 역시 이 사건을 언급했지만 북한을 지칭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달 초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당시 사건을 명백한 테러 행위로 규정하면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 밖에 이번 결정의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나 이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언급했다. 웜비어는 지난 6월 의식불명 상태에서 석방됐지만 엿새 만에 숨을 거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남 씨 테러 사건을 언급한 직후 이번 조치가 훌륭한 젊은이인 오토 웜비어와 그 외 북한의 억압에 잔인하게 영향을 받은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사실 미리 예고됐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인 15일 중대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관련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틀 뒤인 17일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번 주 초,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 연설에서 이미 이번 결정을 어느 정도 암시했다는 관측도 있는데

당시 연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꽤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여러 차례 고발하면서 과거 북한 공작원들이 한국에 침투하고, 고위 지도자 암살을 시도했다고 지적했고 또 오토 웜비어를 고문하면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합이나 대화 메시지보다는 미국의 추가 행동에 초점을 많이 맞췄었는데, 자연스럽게 테러지원국 재지정 같은 중대 조치가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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