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의원실에서 쓴다고 했다”

검찰이 전병헌 전 수석에게 대해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측근인 윤 모(34ㆍ구속) 전 비서관이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횡령한 금액이 당초 1억1,000만원에서 5억여 원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최근 e스포츠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회계장부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황을 확보하고 뇌물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 전 수석은 e스포츠협회 관계자들로부터 전 전 수석이 정무수석 재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협회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돼 검찰이 언제 구속영장을 청구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협회 관계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한 검찰은 윤 씨가 협회에서 2013년부터 최근까지 허위 계약과 자금세탁을 통해 빼돌린 횡령 혐의 액수가 5억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협회가 롯데홈쇼핑에서 받은 후원금 3억원 가운데 1억1,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윤씨 등 전 전 수석의 측근 및 지인 4명을 구속했는데, 최근 회계자료 등 협회 압수물품 분석을 해보니 혐의 액수가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이다.

해당 금액은 롯데 후원금과 같은 성격의 게임대회 후원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무총장 조모(45ㆍ구속)씨와 검찰 소환조사 중 긴급체포 됐던 사업국장 서모(39)씨 등 협회 핵심간부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데다, 허위 계약이지만 공식적으로 맺은 것처럼 꾸민 장부가 있고 이어 수억 원이 빠져나가는 자금흐름 구조를 협회 회장과 명예회장을 역임한 전 전 수석이 모를 수 없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더구나 조 씨 등은 검찰에서 해당 자금에 대해 “윤씨가 (전 전 수석) 의원실에서 쓴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에 아무런 직함이 없는 윤씨가 전 전 수석 영향력 아래 협회에 후원금을 끌어 모으고, 일정액이 차면 자금세탁을 통해 의원실에서 쓴다는 명목으로 빼내가는 식이었다는 게 검찰 측의 판단이다.

한편 검찰은 e스포츠협회에 석연치 않은 자금 후원을 한 기업이 롯데홈쇼핑 말고도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후원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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