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국종 교수
[신소희 기자]이국종 아주대 교수(중증외상센터장)가 22일 오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북한 군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이날 이 교수는 작심한 듯 "우리는 칼을 쓰는 사람이며,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들이라서 말이 말을 낳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힘이 없다”라며 이번 수술을 두고 주변의 시선이나 비판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어 이 교수는 “서울에 있는 ‘빅5’ 병원이 아닌 아주대 같은 신생 의대는 외부에서 나쁜 의견이 제기됐을 때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아주대병원장이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는 점도 폭로했다. 이 교수는 “원장이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했지만 외신기자까지 와 있는데 그러면 창피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교수는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기생충, 분변, 위장 내 옥수수까지 공개돼 (북한 귀순) 병사의 인격에 테러를 가했다”는 글을 올리며 이 교수를 정면 비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며 말의 잔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사들은 환자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교수는 그동안 소신이던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 부족과 인프라 미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교수는 “현재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 병상이 100개인데, 사투를 벌이는 환자가 150명이나 된다”면서 “(오늘도) 30분 전(10시 40분경)부터 중환자실이 꽉차서 환자를 더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응급환자 수송 체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 교수는 “이번 북한군 병사가 현장에서 병원까지 오는데 30분이 걸렸고, 응급조치와 수술준비를 하는 데 30분이 걸렸다”면서 “이는 미군 더스트오프팀의 후송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귀순 병사가 한국에서 치료를 빨리 잘 받을 것을 기대하고 귀순하지 않았겠느냐”면서 “하지만 응급실에서는 환자들이 내버려져 있다가 죽을 수 있을 정도(사람이 많고 시설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2차 브리핑 일문일답 과정에서 이국종 교수는 “환자가 먼저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 것은 아니고, 가볍게 남한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면서 “영화 이야기, 걸그룹 이야기를 나눴다. 걸그룹을 좋아 하더라”라고 북한병사와의 근황을 전했다.

다음은 이국종 교수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환자 상태는 어떠한가.

▲ 특수훈련을 받고 강건한 친구라, 통상 중증환자보다 건강 회복이 빠른 편이다. 어제부터는 TV도 틀어줬다. 아직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물 마신다. 후유증은 약물 과민 반응이 언제든지 올 수 있고, 장폐색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북한 병사는 소장을 40~50㎝ 잘라내 장폐색 후유증이 영구적으로 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생충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 물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기생충약을 먹어서 해결했다. 앞으로 치료를 잘 받으면 잘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합동신문 받을 수 있는 상태인가.

▲ 의학적으로 신문을 받으려면 한 달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몸도 아픈데 (가족 얘기 등) 마음마저 그러면 얼마나 괴롭겠나. 이런 내용으로 합참의장에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 귀순 과정에 대해서는 말했는지.

 ▲귀순 과정에서 총 맞아 아픈 사람에게 왜 넘어왔는지는 내가 물어보지 않았다.

-앞으로 환자가 겪을 후유장애는.

▲ 장폐색이 앞으로 과제다. 주로 6개월이나 2년 때 온다. 이 환자의 경우 영구적으로 후유증이 아무 때나 올 수 있다. 총알이 골반을 뚫고 대각선 위로 올라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장기를 뚫고 지나갔다. 흉이 생기면서 장과 장 사이가 눌어붙었는데, 몸이 움직일 때마다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져 장폐색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흉터 등이 영구적으로 남을 것이다.

-자신을 '25살 오씨'라고 밝힌 부분은 직접 말했나?

▲ 만 24세, 한국 나이 25세와 오모씨가 맞다. 통상 같은 또래의 대한민국 청년과 피부 상태가 좀 달랐다. 악수해보니 UDT 대원처럼 손가죽이 빨래판처럼 단단했다.

-소속부대와 하는 일 계급 등에 관해 물어봤나.

▲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영화 '트랜스포터'를 같이 잠깐 봤는데, 주연 배우 제이슨 스타뎀이 빠르게 운전하니까 자기도 운전을 했다고 하더라.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듣는 거지 (북한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먼저) 묻지 않는다.

-운전했다는 말뜻은?

▲ (군에서 운전했다는 건지, 운전 자체를 할 수 있다는 건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운전했다는 뜻이다. "왜 도랑에 빠졌느냐"고 물어보니 그 말은 잘 못 알아듣더라. 그 질문하고 아차 해서 "미안하다"라고 했다. 이후 영화 이야기, 걸그룹 이야기를 했다. 걸그룹 되게 좋아한다.

-북한병사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음악이다. 환자가 먼저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 것은 아니고, 가볍게 남한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기관 삽관을 제거하면 환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적당한 자극을 줘야 회복에 도움이 된다. 어제부로 TV와 음악을 틀어줬다. 뉴스를 보면 지나친 자극을 받을 거라는 판단에 TV 채널 선택권은 주지 않고 영화 전용 채널을 틀어주고 있다. CSI 등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한다.

-무슨 남한 노래를 틀어줬나?

▲ 모두 3곡을 틀어줬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GEE와 인디밴드 네미시스가 락버젼으로 부른 소녀시대 GEE 등이다. 그랬더니 오리지널(소녀시대 노래)이 가장 좋다고 했다.

- 환자는 언제쯤 일반 병실로 옮겨지나.
 
 ▲ 이르면 이번 주말에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상적인 수준으로 보면 일주일 정도로 예상하는데, 회복속도가 빠르면 부작용을 겪으면서 무섭게 나빠질 수 있어 방심할 수는 없다. 간 기능이 갑자기 나빠질 수도 있다. 옮기는 날짜는 정확하지 않다..

=정부 소식통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기사 나왔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 기사 잘 못 본다. 대부분 그런 것에 대해 홍보팀 통해 전달 듣는다. 사실 합참의장 이하 군에서도 환자 상황이 어디 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인데다 오보 나가면 나중에 혼란 있을 수 있으니 통제하려 했는데 어디서 샜는지는 정작 나도 몰랐던 상황이다. 보안 유지가 안 됐던 건 나도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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