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만사경통’ (모든 일은 최경환을 통하면 이뤄진다)라는 신조어까지 낳을 정도로 박근혜 정권 최고 실세로 불리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위기에 몰렸다.

결국 최 의원은 국정원 1억원 수수 의혹으로 이번만큼은 검찰의 칼끝을 피해가기 어려운 형국이다.

검찰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28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최 의원은 "수사가 편파적이다"라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일단 버티기 자세를 보였지만 1억원 수수는최 의원과 연관된 의혹 중 극히 일부분일 뿐 우리은행의 유병언에 대한 대환대출 의혹 등 더 큰 의혹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최경환 의원이 지난 정권에서 했던 일에 비하면 최순실 게이트는 ‘조족지혈'이라고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경환 1억 원 수수’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2014년 10월 1억원을 최 의원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당시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직에 있었다. 이와 관련 이 전 원장은 검찰에 ‘최 의원에게 돈을 줄 때 특수활동비 중 특수공작사업비를 사용했다’라는 내용을 담은 자수서를 검찰에 낸 것으로 파악됐다.

돈이 전달된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헌수 전 실장이 당시 최 의원에게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게 이 전 실장의 임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전 실장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이 전 실장 측 주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 측면에서 진술이 엇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최 의원에게 1억원이 건네졌다는 진술 자체는 일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24일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늘려달라고 장관에게 돈까지 줘가며 로비한다? 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면서 "국정원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으로, 그 기관이 기재부 장관에게 뇌물을 주며 예산을 올려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라고 맹비난했다.

또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자신의 오랜 관계를 강조하며 뇌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사적으로 만나거나 마주치면 '예산 좀 잘 봐줘' 그런 식이지 사업적 관계로 그랬겠느냐"라면서 "캐도캐도 아무것도 안나오니까, 소위 내가 정권의 실세였으니 뇌물 수수라는 황당무계한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어쨌건 관건은 검찰이 최 의원을 넘어 새누리당 전반에 뿌려진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대느냐는 점이다.

일단 검찰의 첫 번째 타깃은 최 의원인 것으로 보이지만 최경환 의원과 관련된 각종 전횡과 비리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거져 나올 것으로 보여 이번만큼은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사경통' 최경환

박근혜 정권에서 최 의원은 그야말로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1978년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하다 언론사에 잠시 몸담았던 그는 2004년 경북 경산(TK)에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걷었다. 2009~2011년 MB정부 지식경제부 장관을 거쳐 201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 최 의원은 2013~2014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박 정부 2기 경제사령탑(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소위 ‘초이노믹스’로 한국경제를 이끌던 그는 ‘만사경통(모든 일은 최경환을 통한다)’이라는 신조어를 낳을만큼 박근혜의 신망 속에 실세 부총리로 통했다.

하지만 권력 주변에는 구린내가 진동하듯, 최 의원 주변에서는 과거 어느 정권의 권력보다 특히 심한 구린내가 역겨울 정도로 풍겨져 나왔다. 특히 지난 박근혜정부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의 중심에는 빠짐없이 최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전 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과 대우조선해양 부실지원 등은 최 의원을 빼놓고서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선데이저널’은 롯데그룹 사태를 들여다보면 최 의원의 지난 정권 위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2015년 롯데그룹 ‘왕자의 난’이 본격화 된 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형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권과의 접촉을 강화했다. 대관 및 정보, 홍보하는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늘렸고, 이들을 대거 정치권 출신 인사들을 갖다 앉혔다. 동시에 정권 고위층을 향한 구애 작전도 진행됐다. 여기에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들이 바로 최경환 의원의 대구고 동문들인 롯데 임원들이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로 넘어오면서 롯데가 주요 보직에 앉힌 인물은 소진세 현 대외협력 단장과 롯데월드타워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던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구속) 등인데 이들은 모두 최 의원의 동문 커넥션이다. 이들은 대구고 동문 모임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하는 ‘아너스 클럽’에 가입되어 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두 사람을 롯데에서 중용한 것은 최 의원의 끔찍한 고교 사랑을 이용한 측면이 크다.

최 의원은 그동안 자신의 출신 고교가 같은 지역 대륜고나 경북고 등에 비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 컸다. 그래서 그는 대구고 재경동문회 회장을 오랫동안 맡으면서 활발한 동문 활동을 펼쳐왔다. 동문들도 최 의원이 2004년 17대 총선에 처음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사무실 개소식에 대거 참석하는 등 정계 입문 후 꾸준히 그를 지원해 왔다.

대구고 커넥션은 최경환을 차기 대권주자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전략적 시나리오까지 만들 정도로 야심이 가득했다. 대구고 동문 중에서도 핵심이었던 소 단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롯데슈퍼, 코리아세븐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임명되기도 했으며 노 사장은 제 2롯데월드몰 완공을 위해 롯데물산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는데 이는 모두 최경환의 막강한 영향력 탓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대환대출 의혹 수사해야

25일 미주한인신문 ‘선데이저널’은 최경환 의원과 관련, “최대 의혹은 국정원 특활비도 롯데그룹도 아니다. 바로 우리은행 대환대출 의혹”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세월호 사태 당시 우리은행의 고위 임원의 제보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회사에 우리은행이 500억원이란 돈을 대환대출해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며 “대환대출 과정에 유병언과 대구 동향인 최경환 의원과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구속 중)이 우리은행에 직접 나서 대출 압력을 행사하거나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검찰이나 금융당국에서 단 한 번도 조사한 바 없다. 2013년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 70곳은 42개 금융사로부터 3747억원을 빌렸다. 1997년 3000억원에 이르는 부도를 내고 회생절차를 통해 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 받은 세모그룹이 또다시 금융권으로부터 4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이들 금융사들이 유 씨 일가 계열사에 수천억원대 대출을 해주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회사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를 제공했었다. 특히 신협 측이 세모 측에 대출해 준 돈 500억원을 우리은행이 대환대출해 준 것은 바로 최경환-김기춘으로 이어지는 대출압력 의혹이다.

무엇보다 당시 행장이었던 이순우 행장과 최 의원 그리고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대구고 동문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의혹은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검찰이나 금융당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 소리 소문 없이 일부 은행에 대해서 가벼운 징계만을 내렸다.

끝으로 매체는 “하지만 이러한 의혹들은 유병언 전 회장이 사체로 발견되면서 사실상 묻혀버렸고, 이후 그 어떤 수사기관도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서 지난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작업이 계속되는 만큼 지난 박근혜 정부 최대 미스터리인 세월호 유병언 대출과 관련 최경환-허태열-김기춘-이순우 커넥션 의혹을 제대로 수사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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