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검찰이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억대 공천헌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데 이어 이 의원 측에 불법자금을 건넨 사람들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병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우리 의원들 좀 잡아가지 말아 달라”고 한 말이 구설수에 올랐다.

홍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한 한병도 신임 정무수석에게 “물론 죄를 지었으면 수사는 해야겠지만 갑자기 연말에 이렇게 많이 몰리니 차도 살인(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여권에서 나를 도와줄 리도 없는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문제는 '왜 이 같은 말을 지금 꺼내냐'다.

검찰이 전병헌 전 정무수석 등 수사 관련 예정 사항, 수사기밀을 법무부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황에서 야당 대표 입장에서 가볍게 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듣기에 따라 ‘수사 무마 청탁’으로 들릴 수있다는 것이다.

또 홍 대표는 한 수석에게 “적폐청산 기구라는 게 각 행정부에 있는데 우리 당에서 검토를 해보니 위법하다”며 “칼춤도 오래 추면 국민들이 식 상해하니 정무수석이 역량을 발휘해달라”고도 요청했다.

하지만 홍 대표 역시 한 때 '대쪽검사'로 누구보다 검찰의 생리을 아는 입장에서 이날의 발언은 야당대표로써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정두언 전 의원
이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특유의 자기 생존 본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본인이 일단 가장 걱정이 돼 꺼낸 말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본인을 잡아가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지 않겠나”라며 “지금 일단 특수활동비가 꼬여 있지, 대법 앞두고 있지...”라고 해석했다.

또 정 전 의원은 “대법만 일단 넘기면 그 양반 별 얘기 다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무슨 조직폭력배 두목이 파출소장에게 우리 애들 잡아가지 말라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는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당 대표가 인사차 들린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할 얘기는 아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되니까 정치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평가절하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위원회 대표상임의장 역시 “젊은 시절에 ‘대쪽검사’로 알려졌던 분이 이젠 검찰이 죄인을 잡아가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그 사이에 범죄자 소탕에 앞장 서던 입장에서 범죄자 옹호로 바뀌신 건가요?”라고 꼬집었다.

한편 홍 대표는 '친박 청산' '보수 혁신' 등 나름 대의명분을 쌓았지만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막말과 독설, 그리고 자가당착적 발언으로 그 정당성마저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 보수 정치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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