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하버드와 군입대'. 이 단어를 언급할 때 어려운 형편에 가발공장에서 일하다가 미국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임신한 몸으로 군에 입대, 어려운 훈련과정을 거쳐 장교가 되고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서진규 여류작가가 떠오른다.

그가 쓴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는 책 속에 이런 글이 있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 어머니로서, 군인으로서, 학자로서 '희망의 증거'가 되기위해 노력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하버드대를 휴학하고 고국으로 날아와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신병 수료식을 마친 해병대 빨간 명찰의 군인이 있었다. 그의 명찰에 적힌 이름은 홍찬의(21세).

홍씨는 3일 왜 해병대 입대를 생각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꿈을 향한 첫 번째 도전이 하버드대 입학이었고 두 번째 도전을 이루기 위해 해병대를 지원했습니다. 해병대의 가치는 하버드 그 이상 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평도 포격전 영웅처럼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해병대원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홍씨는 왜 해병대냐는 질문에 "캐나다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2010년 11월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해병대 장병이 K-9 자주포로 즉각 대응사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해병대 입대를 결심했다"고 했다. 고된 훈련을 걱정한 홍씨 부모의 만류도 있었지만 홍씨의 결심을 꺾지 못했다 한다.

그는 하바드대 2학년 재학 중이던 지난 8월 군복무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병대 입대를 위해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 체력단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코 쉽지 않은 선발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고 그는 지난 10월 16일 입대했다.

그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에서 만점인 2400점을 받고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어학병에 지원하거나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산업체 대체복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어려운 자신의 길을 택했다.

이날 군 관계자에 따르면 홍씨는 4주간 병과별 교육을 마친 뒤 경기도 김포의 해병대 제2사단에서 정보통신병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진규 작가의 말처럼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희망의 증거'를 찾기 위해 돌아온 홍찬의 해병 이병. 이 시대의또 한 명의 '작은 거인'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