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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마지막 세자빈' 석양에 지다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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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6  09: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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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妃` 줄리아 리. 액자 안 사진은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조선일보 캡쳐
[김승혜 기자]지난 2005년 5월 16일 일본의 한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마지막 황세손 고(故) 이구의 부인인 '마지막 세자빈'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중앙일보는 이남주 전 성심여대 음악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줄리아 리가 하와이의 요양원에서 별세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 교수는 이구 선생의 9촌 조카다. 이 교수는 줄리아 리는 손전화도 못 쓸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누워만 있다가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줄리아 리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아들 이구의 부인으로 푸른 눈을 가진 조선왕가의 마지막 세자빈이다.

한편 줄리아 리의 임종과 함께 대한제국의 황태손인 고 이구의 일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구는 대한제국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로 첫째 아들 진이 생후 8개월 만에 숨져 사실상 마지막 황세손이다.

1931년생인 이구는 일본 왕실학교인 가쿠슈인에서 공부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과를 나와 미국 아이엠페이(IMPEI)에서 건축사로 활동하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8살 연상의 미국인 줄리아 멀룩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이들의 가정사는 순탄치 않았다. 1959년 줄리아 멀룩과 결혼한 이구는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의 초청으로 귀국해 낙선재에서 어머니 이방자 여사와 함께 살았다.

대한민국이 건국 이후 왕실이 복원 될 수 있었던 기회가 두 번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전이긴 하지만, 해방 이후 잠시 왕실 복원이 논의됐고 이승만 대통령 때 왕실을 억압하다가, 박정희 대통령 때 일본에 발이 묶여 있던 영친왕 일가와 덕혜옹주가 입국했다. 이구의 귀국은 이때 이뤄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77년부터 별거에 들어갔고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이라며 못마땅해 하던 종친들은 자식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두 사람의 이혼을 종용했다. 결국 이구와 낙선재가 싫다며 호텔 생활을 하던 줄리아 리는 결국 1982년 이혼했다.

이혼 후 줄리아 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공예점 등을 운영하며 장애인 복지사업을 펼치다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95년 친정인 하와이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비는 이구의 장례식에도 초청받지 못한 채 병색이 짙은 82살의 늙은 몸을 이끌고 먼발치에서 그를 환송했다.

줄리아 리의 임종은 낙선재 시절 입양한 이은숙(지나 리)씨가 지켰다.

이구의 일생에 또 한 사람의 여인이 있다. 한국 화랑계의 대모로 알려진 고 유위진씨다. ‘진화랑’ 대표로 더 잘 알려진 유위진 씨는 해방 후 한국을 드나들던 이구의 통역을 해 준 인연으로 만났다. 이들은 그후 8년 가까이 연인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구는 유위진을 ‘진’이라고 불렀고, 화랑의 이름도 ‘진화랑’으로 이름 지었다.

당시 일본에서 거주하며 한국을 드나들던 이구는 진화랑이 일본 문화계와 교류할 수 있게 물꼬를 터 준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진화랑은 물방울 패턴의 회화로 유명한 일본 팝아트 거장 구사마 야요이와 일본 모노하(物派)를 이끈 단색화 거장 이우환을 국내에 발빠르게 소개하는 등 한국 화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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