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통곡의 벽’이 각기 다른 종교 집단 사이의 경계를 정하며, 성묘(Holy Sepulchre) 교회의 ‘부활의 로툰다’에는 예수의 무덤이 있는 예루살렘.

이스라엘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는 있지만, 팔레인스타인은 자신들의 수도로 여기며 이슬람권 역시 이스라엘로부터 되찾아야할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또 예루살렘은 크리스트교가 시작된 도시이자 이슬람교와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이 살았던 곳으로 끝없는 종교와 민족 분쟁의 중심지가 되어 왔던 곳이다. 그리고 이 시각에도 수많은 방문객과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흥미로운 도시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레스타인의 "지옥의 문을 열었다"는 우려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선포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이제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할 때가 됐다"며 이 같은 결정을 유보한 이전의 접근법은 역내 평화 프로세스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도 이를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었는데 이행에 실패했다. 오늘 내가 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모든 도전들은 새로운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며 "오늘 나의 선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갈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발표를 놓고 분명 이견과 반대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견을 극복하고 더욱 폭넓은 이해와 협력을 할 수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수도는 텔아비브이지만, 이제부터 미국은 이스라엘이 주장하듯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 선언은 엄연한 국제법 위반이다. 1947년 유엔이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에 ‘특별한 국제체제(Special International Regime)' 라는 그야말로 독특한 지위를 부여한 이후 이곳은 국제법상 그 어떤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81년 유네스코가 예루살렘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요르단이 제안한 유적"이라고만 표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루살렘이 특별한 이유는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에게는 다윗왕이 통일왕국을 세워 수도로 삼은 곳이자 솔로몬 국왕이 최초의 유대교 성전을 세운 곳이며, 구약에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신에게 바치려던 바위가 있는 곳이다. 이슬람 신도들에게는 선지자 마호메트가 천사 가브리엘의 인도로 찾아와 승천한 곳이 바로 예루살렘이다. 기독교 인들에게는 예수의 숨결과 발자취가 곳곳에 서린 곳이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에서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친 이스라엘 보수표를 결집했다.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과거 같은 주장을 했지만 취임 뒤 공약을 물렀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한 직후 온라인 영상을 통해 미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 개소를 준비하기로 한 대통령의 용기있고 정당한 결정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과 유대국가는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건국 첫날부터 우리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정책 변화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은 이-팔 평화 프로세스에서 역할을 맡을 자격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에레카트 총장은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 맺은 합의는 물론 유엔 결의안 여럿에 완전히 대치된다"고 강조했다.

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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