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환
[심일보 대기자]지난달 27일 검찰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대가로 수십억원의 일감을 수주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59·여)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전날 서울고법 형사6부(정선재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박씨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과 추징금 21억34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국책은행장의 공무 수행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한 중대 범죄이며, 동일 수법으로 현안이 있는 다수 대기업에 접근해 정관계·언론계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계약을 수주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공정한 과정과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 인맥과 로비가 결과를 지배하는 사회적 폐단은 이 범행 같은 불법이 모여져 조성된다"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악의 고리 역할을 해 온 박씨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씨 측은 "검찰은 박씨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면서 "홍보업계에서는 누구나 박씨의 실력을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최후진술에서 "제 평생을 다 잃었다. 부디 억울함을 밝혀달라"며 흐느꼈다.

'로비스트 박수환'

 

과연 그는 눈물을 떨굴 만큼 약한 여자였나 아니면 악어의 눈물인가

최근 검찰이 효성을 다시 한 번 수사에 나서면서 박수환이라는 이름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효성 수사를 '형제의 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이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여부와 로비스트 박수환의 로비행적을 살펴 볼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효성그룹 ‘형제의 난’의  진짜 설계자는 박수환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박수환은 MB라인 등 친분 과시한 홍보 대행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로비스트'다. 1997년 홍보 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를 세운 박 대표는 외국계 기업 및 국내 대기업 홍보 대행을 비롯해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나 금융·산업 분야 대형 ‘송사 컨설팅’에 나서며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효성가(家) '형제의 난'에서 조석래 회장에게 반기를 든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홍보도 맡았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단은 당시 변호사였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김준규 전 검찰총장,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대표변호사 등 거물급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변호인단은 일체 언론에 대응하지 않았고 박 대표가 대변인 역할을 했다.

8일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우병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변호사로 일하면서 조석래 효성 회장(81)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47) 변론과 효성 관련 자료수집 등을 맡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기획은 박수환 씨가 주로 담당했다는 것이다. 박 씨의 지시에 따라 우 전 수석이 움직일 정도였다는 것. 여기에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법률 조언 명목으로 참여했다. 김 전 총장은 이명박 정권에서 검찰총장을 했는데 당시 검찰총장 청문회 때 준비 위원장을 맡은 것이 바로 우 전 수석이었다.

매체는 김 전 총장 역시 박 씨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이들 셋이 받은 돈만해도 5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번 효성 수사는 검찰이 우 전 수석을 구속시키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효성그룹 일가를 정조준했다는 것이 매체의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정부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는 현 시점에 효성 압수수색이 단행된 것은 결국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사돈그룹’ 효성에 대한 특혜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효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때마다 이 전 대통령이 언급됐다. 효성은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사대상이 됐으나 당시 조 전 회장과 조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없이 마무리됐다.

어쨌든 우 전 수석과 김 전 총장에게 지시할 정도로 박 씨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2009년 김준규 전 총장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도 청문회 리허설 등 컨설팅을 맡았다. 그는 삼성그룹이 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과 싸울 때 엘리엇의 국내 홍보를 맡기도 했다.

특히 박 씨는 언론홍보사를 운영하면서 정관계 및 법조계에 마당발을 자랑했다. 정운찬 전 총리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도 막역한 사이였다. 그는 롯데그룹 형제의 난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언론홍보 업계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그야말로 소문이 무성한 인물이었다.

과거 흔적도 알려진 적이 없고, 학벌도 여상졸업으로 변변치(?) 않았지만 한국주재 외국기업 외국인 회장 비서를 하면서 친분을 쌓고 배운 실력으로 치밀한 기획과 시나리오를 짜는 무섭고 겁 없는 여자였다. 또한 정관계와 법조계를 가리지 않고 발을 넓혀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한편에서는 박씨는 원래 불법과 퇴폐 투성이인 대기업 오너들의 비리를 미끼로 접근해 판을 짜는 기막힌 로비스트란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박 씨와 관련된 사건이 이른바 '박수환 게이트'로 일파만파로 퍼져나갈 즈음 최순실 게이트가 비슷한 시기에 촉발되면서 덮힌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 박 씨에게 검찰 수사 초점이 더욱 맞춰졌다면 정관계는 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지난 2월 1심 법원은 “박씨가 연임 로비를 위해 청탁이나 알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별개로 박씨는 대우조선에 유리한 칼럼과 사설을 써 주는 대가로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배임증재)로 추가 기소돼 별도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씨의 선고공판은 내년 1월 19일 열린다.

한편 법원은 7일 대우조선해양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상태(67) 전 사장에게 열린업무상 횡령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6년에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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