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지난달 12일 오후 3시쯤 북한강에서 한 노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였다.

경찰의 신원 파악 결과 익사자는 숨진 곳에서 약 20㎞ 떨어진 가평군에 사는 이모(83)씨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이씨의 딸 (43)에게 연락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출석한 이씨는 “아버지가 맞다. 아버지와 엄마가 손을 잡고 같이 놀러 나간 걸로 알고 있었다”고 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말로 밝혀졌다. 이 씨의 어머니인 전모(77)씨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14일, '가평 노부부 익사·실종 사건'의 전모가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종교단체 사이비 교주 임 모 씨(여·63세)가 "용(악마)에 씌었으니 하나님께 가야 한다"는 말을 맹신한 노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고 딸 이 씨는 부모를 사지로 인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달 11일 오후 7시21분과 9시42분에 이씨의 아버지 이 모 씨와 어머니 전 씨를 가평군 북한강의 한 다리 아래 버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도왔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에서 30년간 살면서 목사생활을 하던 이 씨는 우연히 교주 임씨를 알게 됐다.

임 씨는 이들 노부부에게 자신을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차도 마시고 대화하고 기도하는 종교모임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씨를 맹신한 노부부는 미국의 재산을 정리하고 딸 이씨와 함께 2014년쯤 국내로 들어왔다.

이후 교주 임씨를 따르는 교인과 딸 이씨 등 7명이 함께 가평군의 한 마을에 방이 4개 있는 214.5㎡(65평) 규모의 집을 빌려 함께 살았다.

교주 임씨는 평소 함께 사는 교인들에게 "나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선지자"라고 얘기해 왔다고 한다. 또 "행동을 하기 전에 내 허락을 받아라", "신도들끼리 대화를 나누지 말아라" 등 자신을 무조건 따르도록 요구해 왔다.

임씨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 노부부에게 "용에 씌었으니 어서 회개하고 하나님의 곁으로 가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을 주입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교주 임씨는 고령인 이 씨가 화장실을 오래 사용한다. 부부가 화장실에서 음란한 짓을 해서 용에 씌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마음이 순수해져야 한다"며 전 씨에게 유아용 애니메이션인 '뽀로로'를 계속 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딸 이씨는 "부모님이 '하나님에게 가고 싶다. 도와달라'고 해 데려다 주긴 했지만 자살을 교사하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말했다.

검찰 조사결과 교주 임씨는 몇 년 전에도 국내에서 사이비 종교를 운영한 혐의(사기)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씨가 교인들에게 재산을 정리하라고 한 뒤 돈을 챙겼다. 당시 교주의 옥바라지를 전 씨 등 교인들이 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종 상태인 이 씨의 어머니 역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북한강 일대를 계속 수색하고 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당초 경찰에선 유기와 자살방조 등 혐의로 딸 이 씨와 교주 임씨를 송치했지만 이들 노부부를 진료했던 의사 등을 통해 이들이 고령이긴 해도 거동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돼 유기 혐의는 제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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