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사찰, 비선보고 관여’ 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 번째 위기 끝에 구속됐다. 국정원을 시켜서 불법사찰을 했다는 세 번째 혐의는 끝내 피해갈 수 없었다.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새벽 우병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우병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고위급 인사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였다.

이날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권순호 부장판사는 올 4월 우병우 전 수석의 2번째 구속 영장 청구 때 구속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권 부장판사가 우 전 수석의 세 번째 영장 심사를 맡게 되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법원은 "컴퓨터 배당에 따라 우 전 수석 심사를 맡을 법관을 결정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세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돼 오전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우 전 수석에 대해서도 "최고 권력자인 민정수석이 개인을 불법 사찰했다면 사안이 가볍다고 할 수 있느냐"며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크다"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사플러스와 통화에서 "우 전 수석이 (불법 사찰을) 관행적으로 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며 "법률의 부지(법적으로 금지된 행위임을 몰랐다는 것)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우 전 수석 정도 되는 사람이 그렇게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사유로 적시한 내용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에게 자신을 감찰 중인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한 대목이다.

검찰은 이러한 사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가 있더라도 우 전 수석이 사찰을 주도한 만큼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인정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 전 수석은 총선에 출마 예정이던 전직 도지사 등을 사찰하도록 지시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관리 등에 소극적이던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주변 인물들의 '찍어내기'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구속사유에 적시했다.

교육·과학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국정원에 정부 비판 성향의 교육감들에 대한 개인적 약점 등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산하 정부 비판 단체 현황과 문제 사례를 살피도록 지시한 혐의도 포함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공개 소환조사 및 지난 10일 비공개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11일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문체부 공무원 8명에 대한 세평 파악도 박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우 전 수석은 이 중 6명에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단행케 한 혐의(직권남용·강요)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전날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다소 힘없는 표정으로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가,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 업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고개를 돌려 "네"라고만 짧게 답했다.

오전 10시30분께 열린 구속 심사는 약 5시간30분 동안 진행돼 오후 4시께가 돼서야 종료됐다. 검찰과 우 전 수석 측은 심사에서 구속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관계자 다수를 조사해 얻은 진술 증거 및 문건 등 물적 증거도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인 반면 우 전 수석 측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정원 적폐수사 관련 연내 핵심인물 수사 종결을 목표로 하는 검찰은 우 전 수석 신병 확보를 계기로 막바지 수사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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