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불타는 건물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건물 안에 가족들을 남겨둔 시민들은 절규했다.

사우나와 헬스클럽, 식당이 입주해 있는 이 건물은 화재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 추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화재를 진압한 구조대원들이 건물 안에서 잔해를 들출 때마다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가 늘어났다.

충북 제천시 하소동 두손 스포리움 건물 화재로 22일 오전 7시 현재 29명이 목숨을 잃고 29명이 부상한 가운데 어머니와 딸, 손녀 3대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여고 졸업반인 딸은 화재 현장에 갇혀 엄마에게 마지막 전화를 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사이좋게 목욕을 갔던 김모(80·여)씨와 그의 딸 민모(49)씨, 민씨의 딸 김모(18)양 등 3대가 화마에 목숨을 잃은 것.

지상 2층에 있는 여탕 손님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날한시에 할머니와 딸, 귀염둥이 손녀를 잃은 김 씨 가족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인명사고가 난 목욕탕에서는 출입문이 사실상 고장이 난 상태여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손스포리움에 장기 근무한 김모 씨는 “희생자가 집중된 2층 목욕탕의 버튼식 자동문은 손톱만한 크기의 붉은 색을 정확하게 누르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았다”며 “화재가 나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이 출입문을 열지 못해 내부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탕 안에 있던 사람들은 화재가 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밀려든 연기에 질식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화재로 죽은 사람들이 안치된 제천 서울병원 장례식장은 말 그대로 '눈물바다'.

한 지인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애정 넘치는 가족이었는데 너무나 허망하게 떠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한 남성은 “어머니가 연락이 안 닿는데 이곳에 자주 오셨다”며 통곡했다.

대학에 합격한 여고 졸업반 박모 양(18)은 이 건물 헬스클럽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양 가족은 "엄마에게 전화해 불이 난 것 같은데 문이 안 열린다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며 속을 태우고 있다.

평소 해당 건물의 헬스장을 자주 이용해 오면서 이번 사고를 목격한 김병학씨는 “이 건물은 1층이 주차장, 2∼3층은 목욕탕이라 아래쪽에서 불이 나면 그쪽으로 탈출할 여건이 안된다”며 “목욕탕을 이용할 때마다 그런 부분이 항상 불안했다”고 말했다.

22일 0시 현재 소방당국이 집계한 사망자는 29명. 여탕에서 15명이 숨지는 등 여성 23명이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사망자 1명은 성별조차 감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

건물 내부 수색 과정에서 신체 일부가 발견되고 있는데다 이 스포츠센터에 있다가 연락이 끊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머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사망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천시 사고대책본부는 사망자들을 명지병원, 제천 제일장례식장, 제천서울병원, 보궁장례식장, 세종장례식장 등으로 분산 수용했다.

참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는 최근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공사 중이었단 필로티 구조 1층 주차장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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