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인구 13만6천명의 중소도시 충북 제천은 하늘에서 눈물비가 내리고 있다.

"제천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좁은 동네나 마찬가지예요. 정말  이 비극적인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침울, 비통하고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싶네요"

제천시 하소동 하재현장 스포츠센터 인근에 사는 임모씨(59)는 "이렇게까지 인명피해가 클 줄은 정말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씨처럼 기자가 만난 시민들 역시 설마 했던 참극이 현실이 되자 모두 말을 잊고 침통해 하고 있다.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으로 변한 모습, 그 자체였다.

슬프고 참담한 모습은 희생자들의 영결식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어제(23일) 처음으로 64살 장경자 씨의 발인식이 열린 데 이어 오늘 새벽 5시부터 오전 11시 50분까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 19명의 영결식이 제천과 충주, 광주 등지서 잇따라 엄수된다.

속속 전해지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오늘 새벽 6시 30분 제천서울병원 영안실에서는 '봉사 천사' 51살 정송월 씨의 발인이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 씨의 비보는 유족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지난 8년간 봉사단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식 봉사를 하는 등 남을 위한 나눔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 "봉사를 위해 태어났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정 씨는 추모객들의 애도 속에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역시 4년 장학생으로 내년에 대학 새내기가 될 예정이던 18살 김다애 양도 오늘 오전 7시 보궁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이 있었다.

김 양은 스포츠센터 매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면접 보러 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겠다고 나섰다가 화를 당해 조문객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조문차 영결식에 온 김양 어버지 친구인 이모(51)씨는 "마당에서 일하다가 연기를 보고 큰 걱정을 했다"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죽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떨었다.

한편 친정 어머니 80살 김현중 씨와 경기 용인에 사는 딸 49살 민윤정 씨, 손녀 18살 김지성 양의 영결식도 오늘 오전 10시 30분 제천서울병원에서 엄수된다.

단란했던 3대는 지난 21일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함께 목욕탕을 찾았다가 비극을 맞았다. 김 양은 올해 대입 수능을 치러 장학생으로 서울의 모 대학 입학이 확정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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