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자와 통화기록
[신소희 기자]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유족들이 의문을 제기했던 '사망자 휴대전화' 7대가 갑자기 등장했다. 또 화재 발생 4시간 뒤에도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초기대응이 부실했다는 유족들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희생자와 유족의 통화 내역을 확보해 희생자들의 최후 생존시간을 밝혀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스포츠센터 참사 유족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경찰이 전날 오후 늦게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7대를 '보관·조사하고 있다'고 유족 측에 전했다.

문제는 석연찮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은 현재 보관하고 있는 휴대전화 여부를 묻는 유족들에게 "현재 조사를 위해 보관한 휴대전화는 단 한 대도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면서 "부상당한 피해자에게 휴대전화 1대를 바로 돌려줬다"며 "넘겨받은 유류품은 유족이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직원에게 모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전혀 보관하지 않다던 휴대전화가 어디서 갑자기 나왔는지 의문이다.

합동감식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됐다고 하나 이 부분 또한 납득하길 어렵다. 국과수에선 "증거자료로 필요하지 않는 한 유류품은 협의를 거쳐 경찰에 바로 인계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고인의 신발·옷·가방·지갑 등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었던 게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갑과 옷가지 등에 함께 있어야 할 휴대전화는 돌려받지 못했다. 이같은 주장은 2층 여탕에서 숨진 사망자 유족들에게 나왔다.

또  이날 유족대책위원회는 화재 발생 4시간 뒤에도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같은 증언이 사실일 경우 희생자들이 불이 난 4시간 뒤에도 건물 내에서 살아 있었다는 얘기다. 사실로 확인되면 소방당국의 늑장 구조로 희생자가 늘었다는 비난과 함께 책임자 처벌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혹시라도 "없다던" 휴대폰이 갑자기 등장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 상황을 접수한 제천소방서는 4시께 현장에 도착했다. 사망자가 처음 발견된 것은 5시 17분께다. 2층에서 사망자 1명이 처음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오후 9시를 전후해 사망자 29명이 모두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희생자들이 대부분 유독가스를 흡입해 화재 초기에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불이 난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희생자와 통화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희생자들이 언제까지 생존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유족들은 이에 더해 소방당국이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비판한다.

스포츠센터 6∼7층 사이 계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안모씨의 여동생은 불이 난 뒤 4시간 뒤인 21일 오후 8시 1분에도 20초 동안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며 휴대전화 통화목록을 공개했다.

그 후 오후 10시 4분까지 추가로 시도한 네 차례 전화는 모두 통화로 연결되지 않았다.

안씨의 아들은 "21일 밤 8시 1분 고모가 아버지 휴대전화와 연결했다. 당시 고모가 너무 많이 울어서 전화 반대편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를 받았던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고 진화에 나섰던 소방대원이라면 아버지 인적사항을 물었을 것 아니냐"며 "또 다른 사람이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생존자가 있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4시간 8분여 동안 생존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증언은 안씨 뿐만이 아니다.

유족 박모씨도 "(처형, 조카와 함께 사우나를 갔던) 장모님이 21일 오후 5시께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숨진 곳은 최초 발화지점인 1층에서 가까운 2층 여성 사우나로, 이곳에서는 20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2층 사우나에 대한 소방당국의 대응은 유족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이 출동 초기에 2층 사우나의 통유리를 깼다면 훨씬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박씨 증언대로 오후 5시까지 장모와 통화를 했다면 2층 사우나에는 화재 발생 1시간이 지나도록 생존자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 참사에서 불이 난 뒤 1시간 동안 딸과 통화를 했다는 또 다른 유족의 증언도 나왔다.

또 남편과 함께 헬스장에 갔다가 숨진 장모씨의 아들은 "유리창 넘어로 어머니를 보면서 17분이나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대가 왔을 때 유리창을 깨주세요, 돈은 다 드릴 테니 불법 주차 차를 밀고서라도 구조해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못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족의 주장을 종합하면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들의 생존시간은 길게는 4시간 8분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보면 희생자들이 불이 난 뒤 장시간 생존해 있었으나 소방당국이 골든타임을 놓친 채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희생자들의 최후 생존 시간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제가되자 이날 경찰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두 차례에 걸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을 벌이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7대의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사망자의 것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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