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로 눈까지 가린 고준희양 '인면수심'의 친부
[신소희 기자]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을 야산에 유기한 친아버지 고모(36)씨에 이어 동거녀 이모(35)씨가 범행을 도운 혐의로 30일 긴급체포되면서 앞서 구속된 동거녀 이씨의 어머니 김모(61)씨 세사람이 준희양을 암매장하고 벌인 8개월 동안의 추악한 연극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들의 파렴치한 가면극은 지난 4월 26일 막이 올랐다.

이날 오후 6시쯤 김씨는 전주 인후동 집에서 준희양에게 저녁밥을 먹이고 잠을 재웠다. 당시 준희양은 김씨가 맡아 양육하고 있었다. 야간 근무를 마친 친부 고씨는 27일 오전 1시쯤 딸의 옷을 가져다주러 김씨 집에 도착했다. 고씨는 이때 이미 준희양이 입에서 토사물을 뱉어낸 채 숨져 있었다.(김씨 주장)

김씨와 고씨는 오전 1~2시 사이 준희양을 김씨 승용차의 트렁크에 싣고 군산의 한 야산으로 갔다. 고씨의 할아버지 묘가 있는 곳이었다. 1시간 반 동안 나무 밑에 30cm 깊이로 구덩이를 팠다. 보자기에 싼 준희 양 시신을 묻었다. 준희 양이 좋아하던 인형 한 개도 함께 매장했다. 고씨는 범행 후 김씨를 집에 내려주고 자신이 사는 완주군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준희 양 시신을 암매장하고 이틀 뒤 고 씨 등 이들 세사람은 1박 2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이들 세사람은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씨는 김씨에게 딸을 맡긴 지난 4월부터 김씨 계좌에 매달 양육비 조로 50만~70만원을 보냈다. 준희양이 숨진 뒤에도 이전과 다름없이 매달 송금했다. 이웃에 준희양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집 안에 준희양의 생필품·의류·장난감 등을 진열해 놓았다.

동거녀 이씨는 준희양 생일인 지난 7월 22일엔 미역국을 끓여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우리 준희는 잘 있다"며 연기했다. 이씨의 어머니 김씨는 지인 모임에서 "아이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면서 서둘러 귀가했다.

이후 김 씨는 8월 말 준희 양이 숨진 원룸에서 근처 다른 원룸으로 이사 갔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0만 원짜리였다. 새 원룸에는 아동용 신발과 장난감 머리띠를 일부러 보란 듯이 갖다 놓았다. 그리고 준희양 실종신고후 대처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수사에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었던 휴대폰도 실종 신고 전에 빼돌렸다. 고씨는 지난 10월 31일 전주시 덕진구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새로 개통했다. 동거녀 이씨와 이씨 어머니 김씨는 지난달 14일에 같은 곳에서 휴대폰을 바꿨다. 그러면서 직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은 빼돌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줬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접수 7일후 지난 15일부터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인력 3000명과 헬기, 고무보트 등을 동원해 준희양이 실종된 원룸 반경 1㎞를 대대적으로 수색했다. 하지만 세 사람은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였고 경찰은 수사에 혼선을 거듭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진술만 하고, 불리한 정황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했다. 경찰이 거짓말 탐지기와 법 최면 조사를 하려 했으나 "우리는 피해자"라며 응하지 않았다.

지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은 경찰의 휴대폰 위치 추적과 통화 기록 조회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고씨와 동거녀 이씨의 어머니 김씨가 암매장 당일 군산에 함께 있었던 이유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또 이날 이후로 두 사람이 평소와 달리 자주 통화한 점도 캐물었다.

결국 지난 28일 오후 8시쯤 고씨가 "준희를 암매장했다"고 자백하면서 이들 세사람의 가면극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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