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들로부터 상납 받아 의상비와 사저 관리 비용, 기치료 비용 등으로 대부분 탕진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문고리 3인방'의 명절·휴가비로도 쓰였고 나아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돈 관리에 개입한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한 바 없다"던 박 전 대통령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월급은 단 한 푼도 건들지 않고 나랏돈으로 흥청망청 쓴 것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4일 "박 전 대통령을 전직 국정원장 3명으로부터 국정원 몫 특수활동비 36억5천만 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국고 손실 등)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밝힌 가소 내용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후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달 5000만 원~2억 원을 수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을 통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상납을 요구했다. 매달 5천만 원씩 수수한 게 시작이었다. 후임 이병기 원장 시절에는 상납급이 1억으로 두 배 뛰었다.

특히 이병호 국정원장에게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계속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수동적으로 돈을 수수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정황이다. 또 2016년 8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돈을 계속 수수하면 위험하다"는 안 전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상납을 중단시켰다. 그가 이 돈의 위법성까지 알았다는 근거다. 얼마 후 박 전 대통령은 다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2억 원을 추가 수수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씨에게도 적지 않은 돈이 흘러갔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이 중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14억9100만원 정도다. 국정원이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1억5000만원을 준 게 확인됐고,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13억4100만원을 썼다는 것도 파악됐다. 21억5900만원은 아직 정확한 용처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우선 용처가 확인된 돈 가운데 3억6500만원은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이영선·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최씨 등이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 구매비 및 사용료가 특수활동비로 지출됐다.

 이들이 수년에 걸쳐 사용한 휴대전화는 모두 51대로 파악됐고, 이 가운데 이 전 행정관이 2014년 8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지출한 돈은 1300만5800원으로 조사됐다.

 삼성동 사저 관리하는 데도 1249만2000원을 썼다. 유류 대금, 사저 수리비 등이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아닌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지출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금액은 기치료, 운동치료, 주사 등 박 전 대통령의 각종 '비선진료' 비용으로 사용됐다.

측근인 '문고리 3인방' 관리에는 보다 많은 돈이 사용됐다.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지급되는 돈과 별개로 매달 300만~800만원이 이들 3인에게만 특별히 전달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들이 활동비 명목으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은 최초 300만원에서, 국정원 상납금 액수가 증가하면서 5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임기 1년을 남기고는 8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지급된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모두 4억8600만원이다.

 여기에 추가로 문고리 3인방에게는 휴가나 명절을 앞두고 각각 1000만~2000만원이 쥐어지기도 했다. 재임 기간 4억9000만원의 특수활동비가 측근 관리에 추가 사용된 것이다. 3인방은 이 같은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전용 의상실 운영 비용 6억9100만원 중 일부 역시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지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확한 액수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특수활동비 상당 부분이 최순실씨가 설립한 더블루케이 등 법인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법인 설립 자금이 현금으로 지출됐다는 진술, 특수활동비를 담은 쇼핑백이 최씨에게 전달된 정황 등이 근거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상납을 지시하는 등 이 범행을 주도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문고리 3인방'에게 지급된 자금 내역이 최씨 친필 메모에서 발견되는 등 최씨 역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 관계자는 "(상납금) 용처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는 이유는 용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고 국고손실, 뇌물죄의 용처는 양형 판단에 중요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고민 끝에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납받은 돈이 전부 현금이고.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조사를 수차례 거부하는 현실적인 장애가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수집할 수 있는 관련자들 진술과 객관적 자료 토대로 확인된 사실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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