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최근 정치권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과거 이명박(MB) 정부 때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군사관련 양해각서(MOU)를 수정하려다 UAE 측으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았으며,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지난달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UAE를 방문한 것이라고 6일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 및 국방관계자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임 실장의 UAE방문과 관련, 가장 사실에 근접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6일 미주교포지 선데이저널이 보도했다.

바로 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맺어진 이면 계약을 통해 MB정권 실세들이 비자금을 조성했고, 오히려 UAE 측에서 이 문제를 무기 삼아 한국 정부에 계약이행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09년 12월27일 이명박 정부는 당시 규모로 186억 달러의 UAE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단군 이래 최대 수주’라며 원전 수주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UAE 원전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직접 해당국가를 방문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11년 초 UAE 이면계약 의혹이 터져 나왔다. 당시 MB 정부는 UAE원전 관련해 “자금을 UAE가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한국은 건설만 맡는다. UAE에서 100% 지원하는 형태다. 우리가 투입하는 돈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건설비용의 60%에 이르는 100억 달러가량을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출해주기로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MB 정부는 “원전 등 해외 플랜트 수주에 대한 수출 금융 지원은 국제적인 관례”라며 이 사실을 인정했고, 당시 민주당에서는 “MB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원전업체 관계자는 "이 문제가 외부로 불거져 나오기 전에 MB정부가 백방으로 나서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는 “MB정부에서 이 문제를 거짓 발표한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MB정부 치적을 내세우기 위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기에 정권형 비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이명박 정부는 태국 물관리 사업이나 UAE 원전 사업 등을 수출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모두 물거품이 된 사업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 사업을 통해 정권형 비리가 숨겨져 있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한국이 수출입은행을 통해 파이낸싱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UAE 원전 토목 부문에 8조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아는데 이 중 10%인 8000억원이 당시 산업자원부 및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를 통해 로비자금원전 핵심 관계자를 통해 로비 자금으로 조성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 부분에서 UAE가 눈 감아 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부언론 등을 통해서 이 문제가 잠시 제기되기는 했지만, 정권 중반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재차 공론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최근 정치권 인사를 만나 이에 대해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UAE와 체결한 MOU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국내법상 우리나라 국회의 동의를 거치거나 해당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하자 UAE가 거부했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UAE가 이를 눈 감아 주는 것에 대한 요구사항은 또 있었다. 이것이 바로 최근 문제가 된 군사관련 협약이다.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당시 아랍에미리트(UAE)와 ‘군사 양해각서(MOU)’가 비밀리에 이면계약으로 체결됐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UAE에 특사로 파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가 들어줄 수준을 초월하는, 국내법에도 저촉되는 무리한 내용이었고 잘못된 약속이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와서야 간신히 MOU가 체결이 됐지만 이행에 계속 문제가 생겼고,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 이미 양국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임 비서실장이 최근 UAE에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것은 이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UAE는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군사협약이 지켜지지 않자, 당시 조성됐던 원전 리베이트 등을 무기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고 한다.

한편 매체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이면계약이 있었고, 이를 통해 정권실세들이 리베이트를 조성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이미 2013년 초 한 차례 불거졌던 원전게이트를 통해서 추측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검찰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합동수사단을 설치해 수사에 나섰고, 이른바 ‘영포라인’과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 원전 브로커를 잇달아 구속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이 겨냥했던 인물이 바로 MB정권 최고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었다. 원전업체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오희택 씨 역시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고 재경포항중고등학교 동창회장을 역임했다. 오씨로부터 3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브로커 이윤영 씨도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과 총간사를 역임하다가 2006년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이 됐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오씨와 이씨는 2009년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인 박 전 차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원전 수처리 업체인 한국정수공업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납품을 위한 로비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독자적인 영향력이 없는 오씨 등이 이처럼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박 전 차관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당시 검찰이 이 사건을 대검이나 중앙지검 차원에서 하지 않았던 것 역시 꼬리자르기를 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박근혜 정권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던 이 사건은 UAE 측에서 문제를 제기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고, 결국 문재인 정부가 칼자루를 쥔 셈이 되어 버렸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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