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술 앙 다문 유승민 대표
[김민호 기자]국민의당 천정배 의원(64)이 9일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가 안철수 길들이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근 유 대표가 언론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합당이 확정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실제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의 합당 문제와 관련, 새해 들어 곳곳에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다수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안 대표가 양측 ‘동질성’을 강조하며 합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데 반해 유 대표는 대북정책 등에서 정체성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의당의 ‘입장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합당에 ‘몸이 달은’ 안 대표와 달리 유 대표는 상대적으로 ‘뻣뻣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두 사람의 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안 대표는 8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차이보다 ‘동질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충분히 실무선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합당을 기정사실화했다.

반면 유 대표는 이날 “안보 위기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안보 위기 이런 것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당을 같이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당 내부의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가닥을 잡아야 통합을 결심할 수 있다”며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최종 결심이 서지 않았다”고까지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기에 따라 안 대표의 통합 요구가 '구걸'로도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와중에도 ‘1948년 건국’ 주장을 펴는 등 오히려 이념적 이슈를 부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유 대표 발언이 국민의당 합당 반대파의 비판 논리에 연료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두 사람의 태도 차이는 각기 다른 정치적 처지·셈법을 반영한다. 안 대표에게 합당은 진보·중도에서 중도·보수로 넘어가는 분기점이다. 보수라는 ‘블루오션’을 노리고 좌표를 옮기는 공세적 정치행위인 셈이다. 정치적 좌표 이동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이루려면 합당이 성사돼야 한다. 그만큼 합당에 대한 필요성과 절박함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유 대표는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는 것을 차단하려 ‘방어적으로’ 합당 논의에 응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또 유 대표가 노리는 것은 개혁보수 색깔을 유지하면서 한국당 대체재가 되는 것이다.

요컨대 유 대표에게 합당은 안 대표처럼 커다란 전략적 포석을 깐 승부수가 아니라 상황 타개를 위한 전술적 행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당에 대한 두 사람의 온도차도 ‘전략적 필요’(안 대표)와 ‘전술적 필요’(유 대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양당 통합은 몸집이 큰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을 흡수하는 모양새로 비치기 쉽다. 유 대표의 ‘보수 정체성’ 강조와 ‘고자세’는 이런 우려를 불식해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남경필 경기지사가 통합에 불참한다는 뜻을 밝혔고 김세연 의원 역시 바른정당 탈당과 한국당 복당을 예고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내 코가 석자'인 유 대표의 '뻣뻣함'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유 대표의 '독불장군' 성격을 비판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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