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하와이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시 피난처를 찾으시오.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

13일 주말을 맞은 하와이 오전 8시 7분,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이같은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받고 어쩔 줄 모른체 대피처를 찾기에 급급했다. 주말 아침에 날벼락이었다.

당시 급박했던 상황에 대해 현지 언론은 "천국의 섬이 패닉에 빠졌다"라며 "일부 사람들은 공포감에 눈물까지 흘렸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하와이는 지난달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핵 공격 대피훈련까지 실시한 터였기에 순식간에 전시 상태로 돌변했다.

경보를 접한 주민들은 즉각 집과 근처 방공호로 향했고, 일부는 도로에서 차를 버리고 터널로 피하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벌어졌다. 또한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와 문자 발송이 넘쳐났고, 일부 관광객은 대피할 곳을 찾지 못해 더욱 큰 공포에 시달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레슬링 대회가 열리고 있던 한 고등학교도 사람들을 체육관으로 대피시켰고,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 출전 선수들도 경기를 중단하고 즉각 몸을 숨겨야 했다고 전했다. 순간 하와이대학에서 학생들이 피난처를 찾아 달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게재되기도 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 소니오픈에 참가한 김시우 선수의 티샷 모습
한편 이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이 열리고 있는 호놀룰루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 현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대부분 3라운드를 앞두고 호텔에 머물고 있었지만 존 피터슨(미국)은 트위터를 통해 "아내와 아기, 친척들과 욕조 매트리스 아래에 있다"며 "제발 이 미사일 위협이 진짜가 아니었으면"이라고 기원했다. J.J. 스펀(미국)은 "호텔 지하실에 있다"면서 "라디오나 TV로 확인된 내용을 좀 보내달라"고 긴급 요청하기도 했다. 윌리엄 맥거트(미국)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 역시 가족들과 함께 신속하게 대피처를 찾아 달려갔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상황' 경보는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와이 당국이 약 10분 만에 공식 트위터를 통해 "미사일 공격은 없다"라고 정정했다. 그러나 하와이 주민과 관광객들은 정정 문자가 도착할 때까지 약 40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미국 국방부와 태평양 사령부도 성명을 통해 "하와이에 어떠한 탄도미사일 위협이 있다는 사실은 감지되지 않았다"라며 "미사일 위협은 없으며, 잘못된 경보가 발령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작동이 알려지면서 안도감과 함께 비난이 쏟아졌다. 피터슨은 "실수로 (경보) 버튼을 눌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고,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골프공 대신 미사일이 날아온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오스틴 쿡(미국)은 "살면서 받은 가장 무서운 경보였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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