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뇌물먹은) 검사 구속되다

 

▲ 유중원 변호사
 1. 사법시험 합격

9월 중순을 넘어서면 계절은 벌써 가을 기운이 완연한데 한 해도 훨씬 기울어져 있어서 허전하기 짝이 없고, 나르는 화살처럼 빨리 흘러가는 세월이 아쉬워서는 지독히 무더워서 짜증스러웠던 한여름이 새삼스럽게 그립기조차 하는 것이다.

10년 가까이 연례행사처럼 이때쯤이면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가위눌린 기분으로 식욕은 없고, 때로는 다소 멍한 상태에서 일종의 가벼운 기억상실증까지 나타나는 것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고시 합격자 발표가 점점 코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심정은 아마 무슨 시험이건 시험을 치러본 사람이면 누구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릴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느끼게 되는 인지상정일 터이지만, 10년이 넘게 고시 합격에 인생의 전부를 걸다시피 한 그에게는 금년만은 요 몇 년 사이에 유별나게 그러한 것 같기도 하다.

이때쯤이면 그의 아내도 고통스러운 순간이 점점 죄어들고 있음을 눈치 채고 있어서 여자의 예민한 직관력으로 남편의 비위를 맞추며 그의 기분을 될 수 있는 대로 상하지 않게 하려고 안쓰러울 만큼 각별히 집 안팎에서 언행을 조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안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분위기에 갇혀서는 터질듯이 팽팽한 긴장감마저 도는데, 그는 요즈음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서 밤이면 가벼운 신열이 나고,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의 작은 얼굴은 나날이 더욱 핼쑥해지고 초라해 보였다.

그는 지나간 여러 해 동안의 이맘때의 일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고시잡지사에 합격 여부를 전화로 문의하면 잡자사의 아가씨는 그때마다 건조한 목소리로 “이름이 없는데요.”하였던 것이다.

불합격을 확인하였을 때, 그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고, 이제는 이력이 날만큼 난 것이기도 하였지만 노상 느껴야 했던 수십 길 낭떠러지를 거꾸로 아득히 떨어지는 것 같은 참담한 기분과 가슴을 찢어발기는 자괴감하며, 자기 스스로에 대한 심한 모멸감, 주체할 수 없는 막심한 후회, 마침내는 상대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는 불덩이 같은 분노가 왜 막 치밀어 올라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발표일이 되자,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그는 자신의 초조한 마음을 진무하는 데 무던히도 애를 먹고 있었다. 아침부터 벌써 그의 얼굴은 가엾게도 허옇게 질려 있었다. 이번에도 영락없이 떨어질 것 같아서 그는 두려움으로 가슴이 터질듯 하였다.

또 떨어진다 한들 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체념도 들었다. 맹세코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절대로 고시 공부 안 할 테니까. 고시에 관계된 책이란 책은 모두 깡그리 불태워 버려야지. 제기랄, 그는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체념과 자포자기는 이미 해묵은 것이었다.

그는 오후 내내 계속 망설이다가 5시가 다되어서 마침내 고시잡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려는 그의 손이 어쩔 수 없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 전화기는 강한 고압의 전류가 흐르고 있어서 손을 대기만 하면 감전하여 즉사하기라도 할 것처럼 보이는 기괴한 기물이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합격이란다. 뒤통수를 둔중한 것으로 호되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으므로, 머릿속에서는 벌들이 아득히 먼 곳에서 윙윙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는 숨이 턱턱 막혀서 심호흡을 하였다. 그는 경황 중에도 아내한테 빨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아내는 합격했다는 그의 전화를 받자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더니 곧 무슨 말을 할 것처럼 더듬거리다가는, 급기야 훌쩍 훌쩍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혼자 있는 집안에서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합격의 기쁨 같은 것을 천천히 반추하였다. 그동안, 10년 가까이나 너무나 간절히 소망하였던 일이 마침내 이루어졌다는 팽배한 기분도 있었지만, 일순간 허망한 감마저 들면서 까닭모를 슬픔이 엄습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눈물 따위가 흐르지는 않았다.

합격의 실감은 크게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최초의 직장을 그만둔 후 10년 가까이 겪었던 풍상과 고초에 대한 조그마한 보상을 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드디어 해내었다는 성취감을 맛보았다.

꿈은 이루어진다.

J시는 그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50년대 말에 시로 승격된, 꽤 오래된 도시였다. 그것은 퇴락한 고가처럼 낡고 지쳐 보이는 도시였다. 그는 J시의 유일한 상업계 고등학교인 J상고를 졸업하였다. 그는 일찌감치 현실과 타협하였다. 그는 상고에서 우등생이었고 착실한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졸업하던 해 은행 시험에는 떨어져 무척 상심하였는데 평소에 그를 아끼던 담임선생님의 주선으로 J시에서는 규모가 큰 기업체인 한 제조회사에 경리사원으로 취직할 수 있었다.

그는 그 회사에서 2년을 보냈다. 회사 생활에 대단히 만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별다른 불만도 없었다. 그는 원래 성실하고 무던한 성격이어서 그럭저럭 지낼 만 했다. 회사가 망하지 않았던들 아마 그 성격에 정년까지 평생을 그곳에서 붙박여서 지냈을 것이다.

회사는 한 시절의 호황을 만나서는 주문이 밀리고,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자, 사장은 신이 나서 무리를 거듭하여 은행 돈, 사채를 마구 끌어 들어서는 최신 설비를 도입하여 확장을 거듭하였는데, 호황이 끝나고 건설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판로가 막히고 재고품은 쌓여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의 사장과 경리담당 이사는 매일 돌아오는 어음과 당좌수표를 막기 위하여 이리저리 무진 애를 쓰고 있었지만, 거래 은행이 회생 가망이 없다고 금융을 중단하였을 때 그렇게 단단해 보이던 회사는 마침내 도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마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정들었던 회사를 순전히 타의로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제 실업자가 되었다. 마침 심한 불황인데다, J시에는 변변한 기업도 많지 않았으므로 다시 취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잠시 시장 바닥에서 막노동 등을 닥치는 대로 하였다.

그것은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절이었다. 그는 안정된 직장을 갈망하였다. 비록 말단 공무원일망정 안정된 공무원 생활이나 은행원 생활이 너무나 소망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거나 돈을 벌려는 자들을 경멸하지도 않겠다고 생각하였다. 실직이라는 그의 비참한 생활이 그 자신의 내부에서 그러한 유혹이 일어나는 것을 용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렵사리 대형출판사의 J시 영업소를 하면서 규모가 어지간한 서점을 겸영하고 있는 곳에서 자질구레한 경리 등의 사무 일을 돌보면서 월부 책값의 수금원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것이 그가 그토록 바라던 안정된 직장일 수는 없었지만 우선은 시장 바닥에서 심한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고서도 호구지책이 되었다.

그는 주저하고 있었지만 서점에 진열된 고시 잡지를 뒤적이면서 점점 고시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그 무렵 고시는 환상 속의 무지개였다. 찬란하게 빛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곤 하였다.

고시에 합격한 어느 법대생이, 합격기에서 기고만장하여 자기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약자를 돕기 위하여 고시를 보아 합격하였노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였지만, 그는 다만 타의에 의하여 실직될 염려가 없는 안정된 직장을 얻어 무난하게 일생을 살아보겠다는 소박한 일념에 덧붙여, 자신의 운명을 일거에 반전시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그 찬란한 무지개에 끊임없이 유혹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 얼마간을 밑천으로 그럭저럭 몇 년간 고시공부를 하기로 작정하였다. 그러긴 하지만, 법과대학 문전에도 가보지 않은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도 그 어렵다는 고시를 몇 년 만에 합격할 수 있을는지 불안감을 영 떨칠 수가 없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한다고 가정했을 때 말인데 과연 넉넉히 합격할 수 있을는지 도대체 자신이나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거대한 의문 부호가 되어 고시 공부하는 동안 내내 그가 좌절하여 심약할 때마다 늘상 되풀이하여 제기되곤 하였다. 그는 한 노장 합격생이 자기는 천재도 수재도 아닌 보통사람에 불과하였지만 열심히 노력하니까 마침내 합격하였다는 말에 크게 고무되고 있었다.

그가 그 고시원에 처음 갔을 때에는 몇 명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피차간에 고시 공부하면서 오다가다 처음 이 고시원에서 만났겠지만 함께 생활하는 동안 이미 상당히 친밀한 관계가 맺어져 있어서, 그와 기존의 멤버 사이에는 처음 며칠간은 다소의 거리감과 서먹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곧 해소되었다.

그들은 함께 동도의 길을 걷는다는 공동운명체적인 유대감과 몇 년 고시를 떨어짐으로써 공유한 동병상련적인 감정 등이 이 신참자에게 아무런 적대 감정도 보이지 않은 채 너무나 쉽게 그들의 세계 속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준 것이다.

그는 이제야 겨우 고시공부를 막 시작할 참이어서 도대체 고시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지 운운할 계제가 못되었으므로, 고시 경력이 화려한 고참 실력자들 앞에서 한껏 위축되어 있었고, 더욱이 대학조차 그 문전에도 가보지 못했다는 콤플렉스까지 겹쳐 그 생경한 고시원 생활에 쉽게 동화되거나 익숙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처음 며칠간은 어지러운 상념만이 머릿속에 오락가락하여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대낮에도 누운 채로 천정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고시원의 최고참은 나이가 최연장자여서 맏형님으로 불리고 있었는데, 서른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S법대 출신으로 예닐곱 차례나 고시에 떨어진 화려한 고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주눅이 들어 맏형을 외경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주 대학 시절의 이러저러한 이야기와 지금까지 거쳐 온 여러 고시원 생활의 낙수, 그리고 우리의 현실 상황에 대해 칼날처럼 예리한 비판을 논리정연하게 펼쳤다. 그는 경이감으로 옷깃을 여미고 경청하였다. 그가 다니지 못한 대학생활의 편린과 고시생들의 삶과 사고방식의 일단을 비로소 접하기 시작하여 크게 감동하고 있었다.

그가 고시원에 들어간 지 벌써 몇 개월째 되어 한여름에 접어들고 있었다. 날씨는 찌는 듯이 무더웠고 그러므로 공부는 지지부진하였다. 더군다나 처음 시작하였기 때문에 그 생소한 법률용어는 너무나 어려워서 개념부터가 전혀 이해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진도가 통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처음 시작하였을 때의 대단한 각오는 온데간데없고 벌써부터 생활의 권태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예의 가족적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더욱 자주 모여서는 잡담을 하기가 일쑤였는데, 점점 공부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었다.

맏형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하여 합격한 법대 동기를 매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 자식 그럭저럭해서 운 좋게 합격했는데, 지가 검사됐다고 폼 잡고 우쭐대는 것을 보면 내 참 구역질나서. 권위의식으로 목에 잔뜩 힘주는데 잘못하다간 목 부러지겠더라. 심지어는 웃음소리까지 변했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 새끼는 고시를 현대판 과거급제로 착각하고 있어. 시대착오도 유분수지.” 맏형의 이야기로는 그 검사가 된 친구와는 대학교 동창일 뿐만 아니라 여러 해 동안 함께 독서실, 고시원 등지를 전전하면서 고시 공부를 하였으므로 그 사정을 잘 아는데, 고시에 합격하기 전에는 촌놈답게 제법 순박하고 현 체제에 대해서는 그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에 완강하게 부정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가난하게 자란 사람 특유의 반항아적 기질이 매우 농후하였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 친구는 자기가 옛날의, 구상유취 시절의 그가 아님은 물론 더 이상 체제 부정자도 아님을 당당히 선언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체제의 수호자이자 정의의 구현자임을 자처하면서 그것을 노골적으로 과시하였다는 것이다. 맏형은 비분강개하여 탄식을 금하지 못하였다.

맏형은 그때 자신은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심각한 모습이 되었다. 맏형의 주장은 그에게는,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가 합격한다는 일 자체가 우선 실감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가 만에 하나 합격한다 해도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는 여러 군데 고시원을 공부 분위기를 새롭게 한다는 명목으로 몇 개월 간격으로 전전하면서 고시공부를 계속하였지만 그동안 1차 시험마저 한 번도 붙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고시는 중과부적처럼 보였다. 그는 점점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진맥진해 갔다. 승산 없는 싸움에 공연히 도박을 건 기분마저 들었다.

그의 시작할 때부터의 가냘팠던 자신감은 더욱 엷어지고 있었다. 애당초 그 노장 합격생이 합격기에서 천재나 수재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마침내 넉넉히 합격하리라는 이야기를 너무 경망스럽게 믿어버린 것이 아닌지 하는 회의가 고개를 쳐들었다.

그 무렵 찬란한 무지개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어느덧 중증의 만성 고시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무렵 그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고시를 포기한다 한 들, 다른 뾰족한 살아갈 방도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수가 없었다. 죽을 때까지라도 하는 수밖에. 이제 고시 공부는 그에게 생활의 타성이기도 하였다.

그는 계속적으로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고시 공부에는 어느 정도 요령을 터득하고 있었고, 그의 법서 행간에는 고시 공부의 상흔처럼 붉은 색의 줄들이 어지럽게 그어져 있었다. 그의 공부는 속도가 느리고 미세하기는 하나 점점 이해의 심도가 깊어가고, 따라서 실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축적돼 가고 있었다.

그는 드디어 1988년 1차 시험에 처음으로 합격하였다. 뛰어넘지 못할 거대한 벽처럼 보이던 1차 관문을 고시 공부 시작한 지 6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그는 벅찬 감격을 느꼈다.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하게 되고 조금만 더하면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2차도 곧 합격할 것 같은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최종 관문의 벽은 역시 두터웠다.

그는 다시 초조하게 되고 겨우 빠져 나왔던 깊은 심연으로 또다시 더 깊숙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모든 파탄의 책임을 신이나 운명 탓으로 전가하지는 않았다. 그는 진즉에 인간의 무지와 속물근성에서 비롯된 턱없는 야망과 몽상이 저지르고 있는 비극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그 나름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에게는 기적이 일어나진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지고, 결코 닿을 수 없는 사막의 신기루 같았던 2차 합격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오, 하느님 맙소사.

그는 요즈음 바쁘게 돌아갔다. 우선 몇 군데의 고시잡지사에서 경쟁적으로 합격생들의 좌담회에 꼭 참석하여 후배 고시생들에게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말아 줄 것을 간청하였으므로, 그 일로 서울에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또한 고시 합격생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역경을 딛고 절차탁마하여 마침내 고시에 합격한 고시공부의 과정을 서술한 일종의 미니 수기인, 소위 고시 합격기를 편집자의 간곡한 요청에 의하여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금년의 합격자 중에서 유일한 고졸 출신이면서 고령 합격자이기 때문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후배 고시생들에게 귀감이 되고, 그들은 감동하여 틀림없이 자극을 받게 될 것이라고 고시잡지사의 편집부장은 그를 부추겼다.

그의 합격기에는 어디선가 너무나 자주 들었던 언어들인 인고의 세월이니, 집념이니, 대기만성, 사회정의 등의 단어가 특히 강조되고 있었다. 그는 고시는 천재나 수재가 아니더라도 보통사람이면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넉넉히 합격할 수 있으므로 자기는 10년 넘게 공부하면서 결코 합격에의 확신을 한 번도 잃은 적이 없었다고 적고 있었다.

그는 동도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감격을 주기 위하여 그 합격기에 미사여구를 동원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조금씩 자기도취에 빠지고 있었다.

그렇다, 자기야말로 이제 체제의 수호자이고 정의의 구현자가 될 것이다.

그의 두 눈은 빛나기 시작했다. 축 처진 어깨와 목에는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는 갑자기 싱싱하고 활달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우울한 늪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소박한 꿈이 성취된 때로부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덤덤하였으나, 순박하였던 본래의 그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2. 2012년, 부장검사.

공판검사: 지금부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요약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은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1995년 2월 사법연수원을 제24기로 수료하고 같은 해 3월 진주지청 검사로 첫 발령을 받은 후 2012년 9월 사퇴하기 전에는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부장검사로 재직하였던 자입니다.

피고인은 2007년 원주지청 검사로 근무하며, 다음 사건을 수사 기소하였습니다.

공소외 김○○은 사기죄, 횡령배임죄, 부정수표단속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폭력 등 전과 10범인 자로, 자신이 경영하던 △△부동산개발주식회사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원주시 중앙동에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회수 가능성이 없는 부실 매출채권을 정상 채권으로 가장하는 분식행위를 하여 제20기 재무제표에 당기 순손실이 120억 원에 이름에도 마치 65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시현한 것처럼 손익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하였고, 같은 기간 자산 총계는 980억 원임에도 마치 1,210억 원인 것처럼 대차대조표를 허위 작성하여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죄를 범하였고,

변제할 의사나 능력도 없으면서 이들 서류를 정상적인 회계서류인 것처럼 거래 금융기관에 제출하여 △△상호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주거래 은행인 △△은행으로부터 총 200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은행 원주지점 지점장 이○○에게 대출 사례금으로 금 1억 5천만 원을 전달하고, 또한 원주시 중앙동 소재 미분양 아파트 한 채를 무상 양도하였으며, 수시로 골프접대, 술접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결국 자금난으로 도산하였는바 뇌물공여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사기)를 범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07년 5월 일자 불상경 원주시 중앙동 소재 자신의 임대 아파트에서 김○○를 만나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수사에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선처하기로 약속하고 그 시경 5만 원권 현찰로 금 1억 원을 수수하고, 그 후 수시로 그의 내연녀인 박○○ 통장으로 총 금 1,200만원을 송금하게 하였으며, 그 무렵 내연녀에게 금 500만원 상당의 중고 승용차와 금 200만 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제공토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내연녀가 피부 관리 전문 부티크에 지급해야할 총 비용 금 50만원을 대신 결제토록 하였고, 피고인 본인은 김○○ 소유의 강원도 영월 남한강변 별장에 있는 노래방에서 수시로 술접대와 성접대를 받았으며, 그것도 모자라 아파트 주차장, 술집, 음식점, 노래방 등에서 총 금 3,500만원에 이르는 현금을 별도 수수하였습니다.

피고인은 그 시경 김○○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면서 법률적인 관점에서 대처 방안을 자문해주고, 특히 자금 흐름을 추적 조사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분양대금이 투자신탁계정으로 입금되지 않고 김○○의 개인 구좌로 입금되어 횡령 착복된 것임에도 이 부분을 더 이상 수사하지 않고 묵살하였으며, 기타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분식회계 금액을 반으로 낮춰 잡고, 사기 금액 역시 반으로 낮춰 주었습니다.

이에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로 기소하는 것입니다.

재판장은 법대에서 피고인을 내려다보다 언뜻 눈이 마주치자 잠시 고개를 돌려 외면하였다. 재판장은 새삼스럽게 옛날 기억을 끄집어냈다. 피고인과는 연수원 시절 같은 반 같은 세미나조여서 그 당시 피고인과 관련된 일을 회상한 것이다. 그는 내성적이어서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학력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고, 그러나 침착하고 술자리에서도 큰 소리 내지 않고 얌전하였다. 그는 기를 쓰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의 목표는 뚜렷하였다. 연수원 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재조로 진출하여 출세하는 것이었고, 그는 검사가 되었으므로 마침내 소원 성취한 것이다.

재판장이 애써 무표정한 표정을 지으며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십니까?”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동의하십니까?”

피고인은, 그는 잠깐 동안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나도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오늘따라 법정이라는 곳이 몹시 낯설게 느껴지는군. 적막하고……. 암울하고……. 밖에는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지. 으슬으슬하고 축축한 날씨. 비가 개었으면 좋겠어. 겨울밤인데 달이 뜨고 별이 총총하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만에 보니 너도 많이 늙었구나, 나보다는 다섯, 여섯 살 아래일 텐데,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거지. 이 재판이 약간 불편하긴할 거야. 너의 굳은 얼굴을 보니까, 그래. 너가 어느 날 아침 4반 강의실에서 내 비뚤어진 넥타이를 바로 잡아 고쳐준 일이 생각나는군. 넌 지금 엿 같은 내 기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야. 공소사실을 보면 정말 역겹겠지.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거야.

재판장, 너를 잘 알고 있지. 넌 유명한 내과의사의 아들로 명문대학을 졸업하던 해 합격하고 연수원 성적도 나보다 훨씬 뛰어나서 판사가 될 수 있었지. 그리고 공군법무관으로 제대해서 판검사만 전문으로 중매하는 마담뚜의 소개로 부잣집 딸과 호텔 예식장에서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렸고, 그때가 기억나지, 얼마나 많은 화환이 진열 되었던지, 난생 처음 보았으니까. 그때 나도 참석했었고 사진도 찍었었지. 넌 계속 잘 나간 거야. 서울지방법원에 근무하다 잠깐 지방 근무, 어디더라, 지금 거기까지 생각나지 않는군, 서울고등법원 판사, 법원행정처 근무, 서울 근교 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다음 차례는 틀림없이 1순위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겠지. 그 출세 코스가 눈에 훤히 보이는군. 참 잘났어. 너 잘났어. 그런데 너희들 출세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그 무던한 엘리트 의식을 속물근성이라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

지금 내 몸의 신경 전체가 재판장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나는 판사에 대한 존경심은 눈곱만큼도 없어. 오히려 지금 발작적인 기분이어서 마구 웃고 싶군. 너가 아니라 판사를 비웃고 싶은 거지. 또는 심한 욕설을 퍼붓고 싶은 잔인한 욕망을 느끼고 있지. 나는 지금 신경과민 상태에서 사소한 자극에도 감정이 폭발할 만큼 예민해 있기 때문이겠지.

법대에 폼 잡고 앉아있는 너희들은 유상구취인 거야. 세상 물정은 도대체 모르고 샌님처럼 살아온 거지. 그러면서도 판사랍시고,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면서 신인 것처럼 착각하고 인간의 죄와 벌을 마음대로 양정하고 있는 거지. 하나님만이 모든 죄를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야? 너가 인간을 심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가 날 자신 있게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해? 너가 내 처지였다면 어땠을까?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헤아려 볼 수는 없겠어?

자신을 돌아본 적이 있는 거야? 타자의 존재를 의식했던 적이 있었던 거야? 자신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던 일은? 진정한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상실이란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 거야? 인간들은 모두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넌 언제 고독했던 적이 있었던 거야, 그걸 인정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거야?

그러나, 나는 어떤지 알아. 정말 열심히, 눈코 뜰 새 없이 일한거야. 고시 공부할 때나 연수원 시절만큼 열심히 한 거야. 난 거짓말처럼 휴가 한번 제대로 가본 적 없는 거야. 너야말로 휴가철이 되면 마누라와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했겠지만.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어. 만날 지방으로만 뱅뱅 돈 거야.

근무평점이 좋으면 뭘 해. 학벌도 없고, 백도 없는데. 그러니 서울 쪽이나 법무부나 대검찰청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지. 그 대신 승진에는 아무 이유 없이 두 번이나 탈락했고, 지방 중에서도 장흥이나 해남, 군산 등 호남선을 많이 탔던 거야. 난 전현 가망이 없었어. 절망적이었지. 그걸 속으로 삭히고 있었으니 속이 문드러진 거야.

그러니까,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 거야. 정의는 없어. 그게 존재하다가 사라진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잘 모르겠어. 아마 후자이겠지. 이 세상에 만연해 있는 악과 불의를, 온갖 허위와 가식을, 부조리한 현상들을 보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거지. 나에게는 언제부터인가, 검사를 하면서부터 무구한 영혼이 사라져 버렸고 가슴 속에는 단지 회색의 물질만이 남아있는 거야.

그 내연녀 말이야, 그 여자 참 불쌍한 여자야. 인삼 찻집 한다고 빌린 돈 2,000만원 안 갚아서 사기죄로 조사를 받았지. 혼자 사는 여자가 그 사정이 참 딱하더라고. 그녀의 눈망울에는 깊은 심연이 담겨있었지. 그래서 내가 마누라 몰래 대출 받아서 갚아주고 무혐의로 풀어주었지. 여자가 무척 고마워하더군. 그런 과정에서 그 여자의 반 지하 월세 방에서 몇 번 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내연녀라고 하는 것은 좀 지나치군. 그 여자에게 그때 진정한 평화가 필요했던 거야. 평생을 불안과 공포 때문에 떨고 살았으니까.

그 여자는 너무 불쌍했어. 상처받기 쉬운 가엾은 여자. 가짜라도 상관없으니 평생 명품백 한번 메고 다니는 게 소원인 여자야. 그래서 이 기회에 그 불쌍한 여자에게 선심 쓴 거야. 그 여자가 처음에는 놀라서 어리둥절했지. 그러나 그 여자는 아무 죄가 없어.

성접대 그것도 말이야, 진실은 이런 거야. 그자식의 별장에 간 것은 사실인데 참 어마어마하고 화려하더군,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지. 그 여자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세련되고 새침한 돌싱인 여자들 말이야, 펑퍼짐한 마누라와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지.

그런데 그 여자들은 그걸 못해서 환장한 거야, 술이 취해서 막무가내로 벗고 덤비는 거야. 그때는 촌놈인 내가 당한 거야. 그러나 화끈했어. 참 즐거웠지, 즐겁고말고. 그리고 말이지 나도 멀쩡한 사내라는 것을 이해해줘.

그날 저녁 그 자식이 현찰 일억 원을 내밀자 나는 기절할 정도로 깜짝 놀랐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거야. 마누라는 그때 눈깔이 뒤집혀 졌지. 그래서 눈 딱 감고 받아서 마누라한테 줘버린 거야. 마누라 입이 한없이 벌어지더군. 마누라는 만날 바가지를 긁었었거든. 검사하면 뭐하냐, 돈이 없는데, 애들 과외비도 안 되는데, 난 언제 명품백 들고 다니고 자가용을 몰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신세타령을 하였거든.

마누라가 눈치는 빠꿈이여서 당신 출세는 글렀으니깐 빨리 변호사 개업해서 돈 벌라고 닦달했거든. 나도 개업을 생각 안 해본 것은 아냐. 수십 번씩 했어. 하지만 난 개업이 두려웠어. 브로커를 몇 명이나 두고 개업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한 거야. 그래서 차일피일한 것이 어언 5년이 된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남들처럼 하는 건데……,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진즉 했어야…….

난생 처음 큰돈을 만지니깐 얼떨떨하더군. 돈이 필요했던 거지. 항상 필요했지. 돈은 마술주머니이니까. 그러나 겁도 나고 자괴감이 들더군. 난 검사인데 말이야. 한순간에 무너진 거야. 굴욕감. 불쾌감. 수치심. 분노. 두려움. 경악. 후회의 감정.

그러나 이미 때가 늦었지. 그래서 자포자기한 거야. 그때 술 꽤나 마셔댔지. 할 수 있는 게 술밖에 없었거든. 술이 술을 청하고, 그래서 마시고 또 마시고, 토하고 또 토하고, 그때는 알코올 중독이 아닌가 의심스러웠지. 손이 떨려서 물 컵을 잡을 수가 없었거든. 약간의 금단 증세도 있었던 거지.

그 자식 죄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었던 거야. 세상 인연이란 참 묘한 거야. 내가 상고를 졸업하고 처음 다녔던 건축자재 회사 말이야, 그 부도난 회사의 회장 아들이었거든. 그때 그 자식은 서울에서 버젓이 대학을 다니고 있었지. 그 당시 경기가 나쁜데 분식회계 안하는 회사가 어디 있겠어.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한바탕 난리를 치르며 직원들 반을 내보내고 긴축경영까지 했었지. 그러니까 부동산 경기가 한번 뜨면 날개 돋친 듯이 분양이 될 것이고 그러면 자금난도 풀리고 은행 돈 전부 변제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었어. 그러나 돈을 받았으니 상당히 봐주긴 했지만 어쨌거나 기소를 했어.

그런데 그 자식이 살고 나와서 대검 감찰부에 다 불어 버린 거야. 그런 사기꾼 놈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자신은 별명이 자물쇠라고 하더군. 어떤 경우에도 발설할 일은 없다고 맹세하였거든.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어.

이 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 되고 텔레비전에도 몇 번씩이나 나왔지. 언론의 난폭한 흥분. 긴장한 얼굴 정면에서, 뒤쪽에서, 옆쪽에서 마구 터지는 카메라 세례. 그건 얼굴을 돌려 외면하는 사람에게 집요하게 거울을 들이대며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행위인 거지. 조건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리게 되고. 쏟아지는 야비한 질문들.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얼마나 받아먹었나요?’ ‘여자들은 예뻤나요! 정말 즐거웠나요! 뿅 갔나요!’ ‘한 말씀 해주세요!’ ‘치사한 새끼!’ ‘저런 게 검사라고!’ 세상만사 남의 일인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알겠어.

신문기사는 10억을 받았다느니 9억을 받았느니, 다른 파렴치한 범죄에도 연루된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악덕검사의 모델인 것처럼 주절거리고. 특히 나한테 굽실거리며 청탁을 많이 한 지방지 기자가 더 악랄하더군.

난 그때 이미 처벌을 받은 거야, 알겠어.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치사한 개새끼가 되었으니까. 하이에나 떼들이 달려들어 만신창이가 되도록 물어뜯어버린 거지.

그런데 별 것도 아닌 작자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검찰이 썩었다느니,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말이지. 대게 형편없고 무능한 족속들일수록 남의 일에 거품을 무는 거지.

난 희망이 없어 절망뿐이야. 잘난 네가 날 이해할 수 있겠어? 네 마음대로 해. 네가 봐줄 리도 없는데 무슨 낯짝으로 선처를 바랄 수가 있겠어.’

피고인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담담한 시선으로 경멸의 감정을 감추고 애써 가식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판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피고인: “다 인정합니다.”

“모두 동의합니다.”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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