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평생을 나와 함께 해 준 옥이에게.

여보 우리가 하나 되어서 어렵게 살아온 지 벌써 63년이라는 세월이 말 없이 흘렀구려. 혈혈단신 고향을 떠나 온 나에게 옥이 당신은 너무나도 크고 삶에 의지를 나한테 주라고 태어난 여자같구려.
그 동안 자식들 낳아서 키우랴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로 일에만 미쳐서 남편의 도리는 다 못하면서 당신이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준 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구려.

너무너무 아팠던, 다 키운 자식을 잃고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고 벽을 향해 한없이 울고 앉았을 때 여보 그만하오 하고 달래야 될 내가 시끄럽다고 소리를 친 것이 무척 후회스럽구려.

여자들의 평생 소원은 웨딩드레스 입고 남편한테 서서 서로 절하는 게 그게 소원이라고 하지않소. 그 동안 나와 살면서 서운하고 아픈 일 얼마나 많이 겪고 참았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구려. 생각해보면 너무나 억울하고 무너져가는 아픔도 있었지만 그저 그때 저 사람은 가장이야 하고 잡았던 그 모습을, 자식들을 위해서 꽃가루를 뿌려주던 손자손녀들을 위해서, 웃으면서 당당하게 삽시다.
곱던 얼굴 그새 다 어디가고 이 꼴이 됐단 말인가. 하지만 여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당신의 얼굴은 정말 천사 같구려. 사랑합니다. 사랑하겠습니다."

 
지난 2015년 송해 부부가 KBS 예능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아내와 63년만의 결혼식을 올렸다."며 송 씨는 부인을 위해 이같이 직접 쓴 편지를 낭독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2년여 흐른 지난 20일 송씨의 부인 석옥이(83)씨가 이날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74년 불의의 사고로 23살의 젊은 나이였던 외아들을 가슴에 묻은 그였기에 이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설움을 더했다. 

그는 6.25 전쟁으로 인해 어머니, 형제들과 생이별을 겪은 바 있는 이산가족으로 마지막 남은 자신의 분신을 떠나 보낸 것이다.

고인의 유해는 대구 달성군 옥포면 ‘송해공원’에 안치된다. 송 씨 부부가 특별한 기억을 가진 장소다. 황해도 출신으로 1951년 1·4 후퇴 때 혈혈단신 월남한 송 씨는 여기서 통신병으로 군 생활을 하다 상관의 누이동생인 석 여사를 만났다. 달성군의 제안으로 조성된 공원에는 송 씨 흉상을 비롯해 구름다리, ‘송해 둘레길’이라는 산책로와 쉼터도 마련됐다. 

22일 오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송 씨는 평생 반려자의 마지막 운구길에서 부인의 관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히 찬송가를 따라 불렀다. 그러면서 그는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가는 길을 당신이 조금 앞서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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