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우사생풍'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뜻을 풀이하면 '일 또는 바람을 만난다'는 뜻으로, 본래는 젊은 기백과 정의감을 말하는 것이었으나, 차츰 변질되어 시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승자의 입에는 솔직함이 가득 차 있지만 패자의 입에는 핑계만 가득 차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혼란과 퇴행의 원인은 바로 문재인 정권의 좌파 국가주의"라며 "좌파 국가주의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좌파 국가주의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등과 관련해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는 전형적인 국가주의의 산물"이라며 "한마디 국민적 논의도 없이 금강산에서 전야제를 열고 태극기도 애국가도 없는 올림픽 경기를 만드는 것 역시 국민은 무조건 따르라는 국가주의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한국당이 지방선거 출마 후보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사냥개(검찰)를 내세워 전국적으로 한국당 후보가 될 만 한 분들을 내사·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력후보도 (출마) 의사표명을 못하고 사업하는 사람은 업체가 세무조사를 당할 우려가 있어 입당을 주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승자는 언제나 답을 제시하는 편이지만 패자는 언제나 문제를 제기하는 편이다."

더 기가막힌 것은 기자회견 방식이었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은 문 대통령 기자회견처럼 ‘직접 지명’이었지만 그러나 실제로 질의하려는 기자들의 소속을 먼저 묻거나, 대답하기 싫은 질문에는 대답을 피하고, 특정 매체에 공개적 망신주기를 해 현장 기자들은 “겉만 번지르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더 기가막힌 것은 한국경제 기자가 대구 시장 선거와 홍 대표의 직접 출마에 대한 질문을 하자, 홍 대표는 “대구시장을 내주면 자유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 유승민 의원, 김부겸 의원, 조원진 의원도 준동을 하고 있어 대구시장 선거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가 직접 보궐선거나 광역단체 선거에 출마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홍 대표는 “더 이상 언론에서는 방금 이 기자가 질문한 것 하지 마라”고 말했다. 

또 미디어오늘은 홍 대표에게 “기자에게 이 질문은 하라, 저 질문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문제 발언이고, 이전에도 ‘KNN과 SBS를 빼앗겼다’는 식의 발언을 해서 언론관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으나 홍 대표는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홍 대표는 ‘막말 관련’ 질문에도 “내가 막말한 적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문화일보 기자가 “평소에 막말 관련 논란이 많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말투를 순화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홍 대표는 “내가 막말한 사례를 가져와서 질문하라”며 “사람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말은 ‘팩트’인데, 철부지들은 그걸 막말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또 "문재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평양 올림픽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내가 인천(인천시당)에 가서 평창 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명명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력해 유치한 올림픽인데, 밥상을 다 차려놓으니까 (문재인 정부가) 숟가락 들고 나왔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런 '평양 올림픽' 강조 발언이 일본 극우 정치인 발언과 같다는 질문에 홍 대표는 "같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의견이 같다고 같은 사람이냐. 트럼프와 의견이 다르거나 같으면 안 되는 거냐"는 답변이다.

"승자는 언제나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패자는 언제나 변명을 한다."

이날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홍 대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또 주장했다. 조국 수석에 대한 답변을 한 뒤 홍 대표는 “이쯤 하자”며 “문재인 대통령은 답변 써주는 프롬프터가 앞에 있었는데, 나는 혼자서 대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기자들이 물으면 실시간으로 답변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10일 기자회견에서 프롬프터에 나온 것은 기자의 질문과 소속사, 이름을 현장에서 넣은 것”이라며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답변을 프롬프터로 준비하느냐”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2018 신년 기자회견 모두 대통령이 즉석에서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한 기자는 앞서 말한 '패자의 논리'를 그대로 옮긴 회견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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