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지난 2015년 7월 18일 경기도 용인시 인적 드문 한 야산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가 있던 승용차 안에선 A4용지 크기의  3장 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임씨의 유서와 현장 감식 결과, 통신 기록 등을 토대로 단순 자살로 결론 내렸다. 임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연구원은 사인을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사'라고 소견을 냈다.

임씨의 죽음을 두고 정치권에선 각종 의혹이 불거졌지만, 경찰은 변사 현장이 훼손되거나 증거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리고 경찰은 94일 만에 단순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자살이냐 타살이냐'는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반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임 과장의 차량을 먼저 발견한 소방당국이 시신을 찍은 사진과 나중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찍은 사진이 다르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소방당국이 찍은 사진은 (시신이 쓰러져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경찰이 찍은 사진은 운전석에서 오른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며 "누군가 와서 시신을 만진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은 임 과장 발견 당시 소방당국이 경찰에 주소를 잘못 알려준 것을 두고 "단순 실수라고 보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소방당국을 장악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박남춘 의원은 소방대원이 '직장 동료'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과 수 차례 휴대전화로 연락한 것을 두고 "국정원이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소방당국은) 경찰은 오지 못하도록 (주소를 잘못 알려주고) 국정원 직원은 현장에 와서 전화로 수색 위치까지 상의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2015년 이탈리아 한 해킹 업체로부터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프로그램을 구입한 국정원 직원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이 사건을 대충 마무리 했지만, 국정원 직원 임 모 씨의 죽음이야말로 미스터리의 결정판이다. 임씨는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법한 대북 정보수집’으로만 프로그램이 사용됐다면 임씨의 극단적 선택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언론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에서 업무 담당자로서 갖게 되는 ‘부담’만으로 임씨 자살을 설명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조직이 나서서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상황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 자살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은 임씨가 자살한 지 하루 만에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직원일동 명의의 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국정원은 이 자료에서 임씨의 유서내용을 임의로 해석했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습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습니다”라는 임씨 주장에 대해 국정원은 “책임을 자기가 안고 가겠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살 동기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임의로 자살의 동기를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임씨가 숨지기 전 수일에 걸쳐 국정원 내부의 고강도 감찰을 받았고 숨진 당일에도 감찰이 예정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자살 동기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임씨의 가족들이 불과 5시간 연락두절에 임씨를 실종 신고하고 경찰이 곧바로 수색에 나서 소방대원들이 1시간30분 만에 임씨를 발견했다는 경찰 발표는 통상적인 실종사건의 수사속도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건 직후 공개된 유서, 이어진 국정원의 대응, 경찰의 일사천리 수사는 임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의혹을 부채질한 바 있다.

임씨가 자살 직전 관련 파일을 삭제한 사실도 의문을 키웠다. 임씨는 유서에서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업무에 대한 욕심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것이지만 국정원에서 20년 간 사이버안보분야 전문가로 일해 온 요원이 실수로 파일을 삭제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더욱이 자신의 본연의 업무로서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대테러, 대북공작과 관련된 자료를 삭제했다는 주장은 의구심을 낳았다. 따라서 이 사건 역시 국정원 개혁을 위해 밝혀야 할 우선순위 사건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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