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당시 MB정부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한 문건에  바짝 긴장했다.

문건 속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좌파 대통령’으로 명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미국 상원의원에게“미국산 쇠고기는 값이 싸고 좋다”고 언급한 사실 등 민감한 사안이 가득 담겨있었다.

특히 문건 속에는 '이명박 정부의 밀실인사는 MB와 이상득 작품'이라는 인사행정 관련 사항이 담겨 았어 폭로될 경우 집권 말 권력누수현상(레임덕)을 더욱 부추길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 문건은 어떤 이유에선지 이명박 정부 손에 먼저 들어갔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상기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1997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제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 ‘첫 번째 평화적 정권 교체’라고 평가하면서도 김 전 대통령을 ‘좌파’로 규정지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8월 18일 주한 미 대사관은 본국에 보낸 외교전문에서 김 전 대통령을 ‘좌파들의 첫 대통령’이라고 명시했다. 전문에는 김 전 대통령 측이 서거 나흘 전인 14일 주한 미 대사관 측과 미국 조문단 구성을 상의한 내용도 기술돼 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조문단장으로 와 줄 것을 요청했지만 실제 장례식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조문단장으로,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 대사 등 10명이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이 전문에서 미국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김 전 대통령이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뒤 1982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미국 망명에 오르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발언도 외교전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16일 사무실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대니얼 이노우에 미 상원의원 등을 만나 “기자들이 없으니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좋고 싸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한 사실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됐다.

여기에 흥미로운 자료가 추가됐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간의 오고 간 대화의  '이해 실수'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외교전문에 따르면 2007년 2월 2일 대선 10개월여를 앞두고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대선후보 이명박’이라는 제목의 전문을 미 국무부에 보냈다.

이 전문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출생과 성장, 취업, 정치역정 등을 9개 소제목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보고 내용 중 ‘행운의 거래(The Lucky Exchange)’라는 항목에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취업하는 과정과 초고속 승진이 가능한 데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는 뒷소문이 담겨 있다.

자료에 따르면 MB는 고려대 재학 시절이던 1964년 한·일협정 반대 시위로 6개월간 감옥에 갔다. 이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전선에도 걸림돌이 됐다. 취업을 하지 못하던 MB는 청와대에 “정부가 개인의 앞길을 막는다면 정부는 영원히 개인에게 큰 빚을 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글에 감동받은 청와대는 사면 조치했다. 이후 이명박은 현대건설에 이력서를 낼 수 있었다.

면접에서도 이명박은 정 회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건설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정 회장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건설은 창조”라고 답했다. 이후 정 회장은 연설에서 이 말을 여러 차례 인용했다.

그러나 버시바우 대사는 이 대통령이 현대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정 회장에게 “이명박을 조심하라(look out for him)”고 경고했으나 정 회장이 “잘 돌봐주라(take care of him)”는 말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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