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 연구에 활용 중인 벌거숭이 두더지쥐
[김승혜 기자]삶과 죽음은 모든 생명체에 가장 큰 관심이다. 인류 역사 이래 인간은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해왔다.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은 영원한 삶을 살려는 욕심으로 신하들을 전세계로 보내 불로초를 찾았다. 비록 이런 노력은 실패해 진시황은 기원전 200년 50세에 세상을 떠났지만 인류는 여전히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헬스케어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생명연장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013년 15억 달러를 투자해 칼리코(Calico)를 설립, IT기술을 활용한 인간의 노화방지, 궁극적으로 생명연장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칼리코는 이미 제약회사 애브비(AbbVie)와 알파벳의 공동 출자로 15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연장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칼리코는 노화 연구 과정을 지금껏 비밀에 부쳐왔다.

최근에는  칼리코가 생명연장의 답을 찾기 위해 두더지쥐를 연구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노화 방지를 위해 연구중인 동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칼리코가 인터넷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 최신호에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동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늙지 않는 동물'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칼리코는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늙지 않는 비결을 밝혀내 인간의 수명 연장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케냐 등 아프리카 동부에 사는데 몸길이 8∼10㎝에 이름 그대로 털이 거의 없다. 땅 속에서 남편 쥐 1~3마리를 거느린 여왕쥐를 중심으로 100여 마리가 마치 개미처럼 무리 지어 생활한다. 못생긴 동물로도 유명한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노화 방지 연구에 쓰이는 이유는 이 쥐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 때문이다. 같은 크기의 다른 쥐보다 무려 10배 이상인 32년 정도를 산다.

사람으로 치면 800세 이상 사는 것이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암에 걸리지도 않는다. 세포 변형을 막는 물질이 몸 안에서 만들어져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통증 신호를 온몸에 전달하는 단백질의 형태가 독특해 통증을 잘 느끼지도 않는다.

칼리코의 로셸 버펜스타인 박사 연구진은 미국 벅 노화연구소에서 지난 30년 동안 키운 벌거숭이두더지쥐 3000여 마리의 사육 기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생후 6개월부터 평생 동안 1일 사망 위험률이 1만 마리당 1마리꼴로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칼렙 핀치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라이프 논평 논문에서 "나이가 들어도 사망 위험률이 높아지지 않는 포유동물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은 모두 나이가 들수록 사망 위험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게 정설이다. 1825년 영국 수학자 벤저민 곰페르츠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30세 이후 8년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률이 두 배씩 증가한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이 법칙에서 벗어난 첫 사례가 된 것이다.

칼리코의 버펜스타인 박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DNA나 단백질 손상을 바로잡는 능력이 탁월하고, 나이가 들어도 그 능력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늙지 않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일 라이프니츠 노화연구소의 마티아스 플래처 박사는 "수명이 다하는 생애 마지막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과연 인간의 불로장생의 꿈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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