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한겨레 캡쳐
[김홍배 기자]“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은 여검사에게 잘나가는 남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자주 보았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 썩어빠진 것들 그냥 살라고 내버려두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

서지현 검사가 지난 26일 검찰청 내부전산망에 2010년 10월 30일 발생한 강제추행 사건을 폭로하면서 올린 <나는 소망합니다> 글 중 한 대목이다.

이어 서지현 검사는 29일 JTBC에 출현,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이날 서 검사가 지목한 가해 검사와 이를 덮은 검사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이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산을 이루고 있다.

가해 검사로 지목된 사람은 안태근 검사. 그는 당시 검찰 내에서 권력을 장악한 실세였다.

아날 방송에서 서 검사는 안 검사에 대해 당시 추행 현장이었던 법무부장관의 “내가 이 친구를 보좌하는 건지 이 친구가 날 보좌하는 건지..”라는 말을 인용해 안 검사의 위상을 전했다. 실제로 안 검사는 당시 검찰 내에서 권력을 장악한 실세였다.

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처음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법무부 정책기획단장·대검 정책기획단당·서울서부지검 차장·법무부 인권국장 등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 요직만을 두루 거친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꼽힌다. 안 전 검사는 퇴임 전 법무부 검찰국장까지 올라갔는데 이 자리는 고검장 승진 1순위인 자리일 뿐 아니라, 법무부 차관 승진까지 이루어지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30일 한겨레에 따르면 안 전 검사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국회 법사위 답변을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2016년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안 전 검사는 법무부 장관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왔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당시 ‘부산 엘시티 비리 관련 의혹 사건’과 관련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게 보고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농단 수사에 몰리는 시선을 돌리기 위해 부산 엘시티 비리의혹 사건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노회찬 의원에게 질문을 받은 안 전 검사는 “기억에 없습니다”, “보고를 안 했을 수도 있고요”, “모르겠습니다”라고 불성실하게 답했다. 어이없어 하던 노회찬 의원은 “막장입니다. 막장이에요”라고 말하며 질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안태근 전 검사가 국회의원 앞에서도 안하무인격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건 그가 ‘우병우 사단’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검사장 승진에 실패해 검사복을 벗었던 우병우 전 수석이 ‘박근혜 청와대’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우 수석은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안 검사를 앉힌 것이다.

실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특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을 때, 우 전 수석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4개월 동안 1000여 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을 확인됐다.

우병우 전 수석과 1000여차례 통화한 의혹으로 ‘조사 대상’에 오른 안태근 전 검사는 지난해 4월 우병우 전 수석이 불구속 기소된 뒤 나흘 만에 해당 수사팀 간부 6명을 데리고 저녁 식사를 했다.

소위 ‘돈봉투’ 사건이다.

관련 보도가 나간 뒤 문재인 대통령은 안 전 검사 등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청에 지시했다. 안 전 검사는 곧장 사의를 표명했지만 감찰 중이라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고,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후 지난해 6월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안 전 검사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이후 검사복을 벗은 안태근 전 검사는 최근 종교에 귀의했다. 안 전 검사는 지난해 10월 29일 온누리교회에서 간증(신앙고백)을 했는데 안 전 검사는 세례를 받은 뒤 자신이 종교에 귀의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털어놨다.

“30년 동안 공직자로 살아오며 나름대로 깨끗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순탄하게 공직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본의 아닌 일로 공직을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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