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생각연구소 창립세미나 '서울의 미래, 스마트 서울'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서울시장은 그 권한과 위상을 볼 때 ‘소통령’으로 불린다. 한 해 살림살이 규모만 올해 기준으로 약 31조 8000억 원이다. 곳간이 넉넉하다보니 씀씀이도 통 크게 할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정책만 해도 하루 평균 50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사흘에 모두 150억 원가량이 쓰여 다른 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거물급 정치인’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자유한국당은 '인물부재'로 마땅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고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이러한 가운데 '인물풍년'의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전 의원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시장 후보 경쟁이 '6파전'으로 압축됐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여당의 공천권을 따내고 3선에 성공할지가 최대 관심이다.

현직인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박영선·민병두·우상호·전현희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간의 대결이다. 

박 시장의 경우, 구체적인 출마 선언 시기를 내놓고 있지 않지만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박 시장은 1월 25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국회의원을 하라는 분, 아무직 없이 네트워크를 꾸리라는 분, 총리를 하라는 분들이 있었다”면서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지사를 권유한 분도 있었지만 자칫하면 정치공학적으로 보이고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박 시장은 ‘내 뒤에 문 대통령이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기고 있다. 박 시장은 당내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표심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서울시는 밀월기”라며 긴밀한 관계임을 부각시키면서 당내 경선 승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 시장은 현직인 점을 고려해 다른 주자들에 비해 빨리 출마를 공식화할 의향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서울시장인 만큼 자칫 선거 때문에 행정 공백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여유있게 다른 주자들을 앞서고 있는 만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출마선언 시점을 3월께로 바라보고 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출마선언을 빨리하면 시정이 정치화될 수 있다"며 시장으로서 시민들을 챙길 것"이라고 했다.

박영선 의원은 시민들과 함께 서울의 주요 유적지를 탐방하는 '박영선과 서울을 걷다' 프로젝트에 이어 상인들과 만나는 '영선아 시장가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현장을 누비고 있다. 

박 의원은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 당시 부작용을 강조하고, 밀양화재에서는 후보군 중 가장 먼저 현장을 찾았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사회적 파장을 불어온 검찰 내 성폭력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는 등 현안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우 의원은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마치고 선거 채비에 나섰다. 우 의원은 민주당 직전 원내대표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6월항쟁을 다룬 '영화 1987' 개봉 이후 방송출연을 하면서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우 의원은 박 시장을 향해 "강남 집값 급등에 대해 재건축을 집중 허가한 책임이 있다", "사심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민주당의 후보가 돼야 한다"는 등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높이는데도 집중하고 있다.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화한 3선 민병두 의원은 정책 이슈에 몰두하고 있다. 민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성을 딴 '문민시대(문 대통령과 민주당 성공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정책을 발표해 왔다.

전현희 의원의 경우 치과의사이자 변호사 출신으로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스토리'를 앞세우고 있다. 전 의원은 도로·주택·복지·환경 등 분야별 정책 행보를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당세가 가장 약한 강남에서의 득표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하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지층이 겹치는 정청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상당 부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팟캐스트와 방송 출연으로 쌓인 인지도가 장점으로 꼽힌다.

정 전 의원의 경우 친문 성향의 네티즌과 권리당원의 지지가 몰릴 경우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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