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대형병원의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한 '의료전달체계(환자가 병원을 이용할 때 작은 규모의 의원급 의료기관부터 대학병원까지 단계별로 진료)' 개편이 병원협회와 의원협회간 의료계 내부의 입장차로 인해 공전만 거듭하다 결국 개편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5일 오전 긴급이사회와 병원장회의에서 지난 2년간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통해 마련해 온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안)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편리하고 안전하며,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제도개선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수용 가능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동의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병협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원칙에서 추진돼야 하며, 병원과 의원의 기능을 정립하고 상호관계 등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또한 국민의 최종적인 의료서비스 선택권은 최우선돼야 하며 정부는 해당 기능별 의료기관에 환자의 질병치료에 적합한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춰 환자안전을 보장하라"고 피력하고,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제도개선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수용 가능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병·의협 협의안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했다. 

특히 병협은 이날 "의원(1차 의료기관)의 병상 허용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병협은 앞서 지난달 활동을 종료한 '의료전달 개선 협의체'에서도 "1차 의료기관에 병상을 허용해 달라"는 대한의사협회와 입장이 달라 갈등을 빚었다.

의협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취지는 현행 의료법에 따른 분류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으로 환자의 이동이 심화되고 종별 구분 없이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의원간 무한경쟁체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시작으로, 종별 기능 분화를 통해 각 기능에 맞게 의료기관의 운영과 환자 이용행태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개선방향을 위해 수가 및 의료기관내 시설 및 장비, 인력 등 다방면에 대한 방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 제도 개선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협의체는 의료계가 합의된 절충안을 마련해 올 경우 재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양 단체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의 추가 협의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 상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더 이상의 추가 협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목표였던 의료기관 역할 재정립도 사실상 본궤도에 오르기 쉽지 않게 됐다.

협의체는 지난 2016년 1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동네병원(1차의료기관, 의원급)-중소병원(2차의료기관, 병원급)-상급종합병원(3차의료기관, 대학병원 등 종합전문병원) 등 의료기관별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출범했다. 공급자 단체, 가입자 단체, 학회, 전문가, 정부 및 관련기관 등 19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지난 2년간 14차례 회의와 5차례 소위원회를 열었지만 합의가 불발됐다.

복지부는 대신 "정책 개선사항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년간 협의체를 통해 여러가지 정책 개선과제를 도출했고, 이를 추진해 의료전달체계를 내실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의료계간 합의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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