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경매의 달인(신, 전문가)' 행세를 하며 수백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된 이상종(60, 전 서울레저그룹 회장)과 공모해 불법 대출을 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북상호저축은행(이상종 전 서울레저그룹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곳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가 내려진 뒤 이듬해 파산) 전 대표이사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북상호저축은행 전 대표 채모(61)씨에게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해 어느 범죄에 공동 가담해 이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된다"며 "전체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해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면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면서 원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확정했다.

이어 "배임죄는 당연히 해야 하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관해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라며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득을 얻는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씨가 임원으로 취임하게 된 경위, 대주주인 이상종씨와 다른 임원들과의 관계, 당시 각 부실대출이 이뤄진 과정 등을 종합해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거나 이 전 회장 등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채씨는 전북상호저축은행 대주주인 이상종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이 전 회장과 그 지인 등에게 특별한 담보 없이 불법대출을 해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함께 기소된  임모씨(66. 전북상호저축은행에서 2007년과 2008년에 감사와 상무이사로 재직.약 90억원의 여러 건의 불법대출 ), 전 감사 구모씨(68. 약 126억원의 여러 건의 불법대출)는 상고를 포기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이들은 채씨와 공모해 2007년 1월 은행을 인수한 이상종씨(당시 전북상호저축은행주식 14.36%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의 지시로 전 대주주였던 신모씨의 회사에 인수대금 명목으로 12억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2012년 재판에 넘겨졌다.
 

채씨 등은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가 금지되자 이씨가 소유한 S기업의 거래업체 명의로 35억8000만원을 대출해 이씨의 쇼핑몰 사업 자금 등을 지원한 혐의도 받았다.
또 담보물 가치나 채무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거나 제3자 명의로 대출해 주는 등 204억원 상당을 부실 대출해 주고, 상호저축은행법상 개별 차주의 대출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어기고 51억6000만원을 초과대출한 혐의도 있다.

조사결과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주주에게 신용공여는 금지돼 있지만, 채씨 등은 실질적인 대출심사도 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해 전북상호저축은행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피고인들이 대출금 회수가능성에 대한 실질적 심사를 거치지 않고 채권보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대출을 해 줘 대출금 회수를 어렵게 했다"며 "전북상호저축은행은 손실로 결국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파산에 이르렀고,범행의 상당 부분은 대주주이던 이상종의 지시에 따라 저지른 것이고, 범행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았다”며 임씨와 구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채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일부 배임 혐의와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 1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2심은 임씨와 구씨의 항소는 기각했지만 채씨에 대해선 공소사실 일부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배임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이들 가운데 채씨만 상고했고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채씨 등은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가 금지되자 이 전 회장이 소유한 S기업의 거래업체 명의로 35억8000만원을 대출해 이씨의 쇼핑몰 사업 자금 등을 지원한 혐의도 받았다.
 

또 담보물 가치나 채무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거나 제3자 명의로 대출해 주는 등 204억원 상당을 부실 대출해 주고, 상호저축은행법상 개별 차주의 대출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어기고 51억6000만원을 초과대출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대출업무를 총괄하거나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지위에 있어 대출금을 변제받지 못해 손해를 입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상호저축은행은 개별차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100분의 20을 초과하는 신용을 공여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초과해 대출해 줘 상호저축은행법을 위반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 전  회장은  전북상호저축은행에서 8억원을 대출받아 쇼핑몰 공사와 그룹 운영에 쓴 혐의(특경법 배임)와 자신이 설립한 부동산 실무 교육기관 수강생들에게 "경매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게 해 주겠다"며 72억여원을 빼돌리는 등 총 413억원대 사기·배임과 189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수백억원대 사기·횡령 혐의 및 전북상호저축은행에 불법 대출로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고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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